[녹]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입당송
시편 27(26),7.9 참조
주님, 부르짖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저를 도와주소서. 제 구원의 하느님, 저를 내쫓지 마소서, 버리지 마소서.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바라는 모든 이에게 힘을 주시니 자비로이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희가 거룩한 은총의 도움으로 계명을 지키며 마음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나는 하느님의 복음을 대가 없이 여러분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11,1-11
형제 여러분,
1 아무쪼록 여러분은 내가 좀 어리석더라도 참아 주기를 바랍니다.
부디 참아 주십시오.
2 나는 하느님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여러분을 순결한 처녀로 한 남자에게,
곧 그리스도께 바치려고 그분과 약혼시켰습니다.
3 그러나 하와가 뱀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여러분도 생각이 미혹되어
그리스도를 향한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4 사실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가 선포한 예수님과 다른 예수님을 선포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은 적이 없는 다른 영을 받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아들인 적이 없는 다른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잘도 참아 주니 말입니다.
5 나는 결코 그 특출하다는 사도들보다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6 내가 비록 말은 서툴러도 지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모든 일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7 여러분을 높이려고 나 자신을 낮추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대가 없이 여러분에게 전해 주었다고 해서,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8 나는 여러분에게 봉사하려고 여러 교회에서 보수를 받는 바람에
그들을 약탈한 꼴이 되었습니다.
9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마케도니아에서 온 형제들이 필요한 것들을 채워 주었습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제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10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걸고 말하는데,
아카이아 지방에서는 나의 이러한 자랑을 아무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11 내가 왜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아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아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11(110),1ㄴㄷㄹ-2.3-4.7-8(◎ 7ㄱ 참조)
◎ 주님, 당신 손이 하신 일들 진실하고 공정하시옵니다.
○ 주님을 찬송하리라. 올곧은 이들의 모임, 그 집회에서, 내 마음 다하여 찬송하리라. 주님이 하신 일들 크기도 하여라. 그 일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깨치네. ◎
○ 그분 업적은 엄위롭고 존귀하네. 그분 의로움은 영원히 이어지네. 당신 기적들 기억하게 하시니,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로우시다. ◎
○ 그 손이 하신 일들 진실하고 공정하네. 그 계명들은 모두 참되고, 진실하고 바르게 이루어져, 영원무궁토록 견고하네. ◎
복음 환호송
로마 8,15 참조
◎ 알렐루야.
○ 우리는 성령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네.
◎ 알렐루야.
복음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7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8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9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10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11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12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13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14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15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주님의 기도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기도입니다. 하늘의 하느님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빵과 용서와 올바름 안에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곱씹는 기도입니다. 먹고 마시고 잠자고 일하는 일상 안에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해 아파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먹고 마시고 일하는 데 있어 모든 이가 수월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다투고 갈라지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용서하며 삶의 올바른 길을 제안하고 그 길에 함께 동행해야 합니다. 주님의 기도는 제 영성을 갈고 닦는 데 필요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도록 살겠다는 결심이고 다짐입니다.
예물 기도
하느님, 이 예물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양식이 되고 사람을 새롭게 하는 성사가 되게 하시니 이 제사가 저희 육신과 영혼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7(26),4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
<또는>
요한 17,1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소서.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잔치에서 성체를 받아 모셨으니 저희가 주님의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어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기도는 하느님께 나의 필요를 알려 드리고 그에 응답해 주시도록 설득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존재가 그분 눈앞에 환히 드러나 있습니다. 이는 시편의 기도에서 잘 드러납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살펴보시어 아십니다. 제가 앉거나 서거나 당신께서는 아시고, 제 생각을 멀리서도 알아채십니다. 정녕 말이 제 혀에 오르기도 전에, 주님, 이미 당신께서는 모두 아십니다”(139[138],1-2.4).
그런데 하느님께서 이미 다 아신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예컨대 엄마가 필요한 것을 알아서 챙겨 주기 때문에 아이가 아무 표현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신뢰하고 또 가깝게 여기는 이들에게 하는 일상적인 말들을 하느님께도 해 봅시다. “와, 참 좋아요!” “감사해요!” “멋지네요!” “사랑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할까요?” 기도가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라면 이렇게 일상적으로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도 기도입니다.
이 기도의 출발점은 ‘우리 아버지’(마태 6,9 참조)입니다.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누리는 사람은 형제들의 필요에도 응답하고자 합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체험한다면 그분의 다른 자녀인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주님의 기도 전반부는 아버지께서 어떻게 해 주시기를 청하기보다는 내가 그분의 도구가 되겠다는 다짐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기]”(6,9)는 그리스도인의 본질적이고 일차적인 사명으로, 자기 존재 안에 아버지의 얼굴을 드러내면서 그 얼굴을 믿을 만한 방식으로 그려 내는 일입니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