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입당송
시편 27(26),7.9 참조
주님, 부르짖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저를 도와주소서. 제 구원의 하느님, 저를 내쫓지 마소서, 버리지 마소서.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바라는 모든 이에게 힘을 주시니 자비로이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희가 거룩한 은총의 도움으로 계명을 지키며 마음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다른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나를 짓누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11,18.21ㄷ-30
18 많은 사람이 속된 기준으로 자랑하니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
21 누가 감히 자랑한다면, 어리석음에 빠진 자로서 말하는 것입니다만,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
22 그들이 히브리 사람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이스라엘 사람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23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입니까?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는 말입니다만, 나는 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24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25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입니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
26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27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
28 그 밖의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나를 짓누릅니다.
29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다른 사람 때문에 죄를 지으면 나도 분개하지 않겠습니까?
30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34(33),2-3.4-5.6-7(◎ 18ㄴ 참조)
◎ 하느님은 의인들을 모든 곤경에서 구해 주셨네.
○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내 영혼 주님을 자랑하리니, 가난한 이는 듣고 기뻐하여라. ◎
○ 나와 함께 주님을 칭송하여라. 우리 모두 그 이름 높이 기리자. 주님을 찾았더니 응답하시고, 온갖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셨네. ◎
○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가련한 이 부르짖자 주님이 들으시어, 그 모든 곤경에서 구원해 주셨네. ◎
복음 환호송
마태 5,3
◎ 알렐루야.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알렐루야.
복음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9-2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9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20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한다.
21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22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23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한국 전쟁의 참화가 끝나고 가난과 분투하던 시골 마을에 한 젊은 사제가 부임했습니다. 그는 신학교 문이 닫혔을 때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전쟁 통에 서품을 받고 군종사제로 소임했습니다. 가난한 마을에는 성당만 하나 서 있었습니다. 그는 군에서 쌓은 인맥을 동원하고 독지가들을 설득하여 물자를 들여와, 신자와 비신자 할 것 없이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병원을 세워 아픈 사람을 돌보고, 목장을 지어 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젊은 사제는 자신의 것을 모조리 내어 주고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유품이라고는 시골 공소 4평의 골방에 낡은 기도서와 보온 도시락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은 첫 부임지이자 마지막 부임지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그분이 세운 학교에는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유언조차 남기지 않은 신부님의 생전 가르침을, 주님 말씀 아래에 포개 놓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길은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희생과 봉사 뿐이다. 받았으면 되돌려라. 재산을 가진 자는 재산을. 지식을 가진 자는 지식을. 힘을 가진 자는 힘을. 이것만이 우리가 이 세상을 왔다가는 유일한 보람이다.”(사제 이임춘 펠릭스, 1927-1994)
예물 기도
하느님, 이 예물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양식이 되고 사람을 새롭게 하는 성사가 되게 하시니 이 제사가 저희 육신과 영혼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7(26),4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
<또는>
요한 17,1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소서.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잔치에서 성체를 받아 모셨으니 저희가 주님의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어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이들에게 맞서 자신을 변호합니다. 그가 하는 자기 자랑은 허영이 아니라 듣는 이를 깨우치는 수단으로써 교육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적대자들이 내세운 자격을 뛰어넘는 자신의 인간적 자격을 내세우고 그리스도를 위한 사도직에서 자신이 겪은 모든 고난을 설명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겪은 긴 시련과 고통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을 위하여 감내한 것들로서 그의 적대자들은 이러한 헌신과 희생에서 결코 그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무수히 겪은 옥살이와 매질, 돌질과 죽을 위험 등을 자기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사도직에 진정으로 임해 왔다는 증거로 제시하며 거짓 사도들과 자신을 구별합니다. 이러한 그의 자기변호는 결국 자신의 “약함”(2코린 11,30)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의 약함은 오히려 하느님 능력이 드러나는 자리가 됩니다.
주님의 일에 헌신하는 길이 늘 순탄하지는 않음을 우리도 체험합니다. 큰 희생을 봉헌하면서 주님과 공동체에 헌신하고 복음을 전하다가 가까운 이들에게서 오해와 방해를 받고 비방과 모함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과 참된 제자의 증거입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을 따라 우리 자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해 봅시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무엇을 하였는가?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