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복음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2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3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5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오래전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이기에, 오늘 독서의 아브라함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멀쩡히 잘 살던 고장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라는 주님의 명령도, 기어이 주님의 뜻을 이루었던 아브라함의 노력과 고뇌도 ‘아브라함 정도 되는 사람이니까.’라는 말로 쉽게 무마하진 않는가. 하지만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데에 따라오는 어려움은 아브라함만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가령 오늘의 복음을 보자. 섣부르게 심판하지 말고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라는 말씀이었다. 보기엔 쉽지만, 사람은 결국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제 기준에 따라 재어, 자신만의 세계로 재구성하는 존재다. 심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판단에서 오는 안정감을 내려놓는다는 말이 아닐까. 결국 이는 내게 익숙한 세계를 내려놓고 하느님의 판단과 하느님의 기준을 향해 떠나는 일이며, 근본에서 아브라함의 여행과 다르지 않다.
자기 고장을 떠난 아브라함이 믿음의 아버지가 되었듯, 우리 또한 자기 세계를 떠남으로써 많은 이들과 함께 믿음으로 모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주님께서는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심판하지 않고도 형제를 밝은 빛으로 이끌 수 있는 삶, 그 보람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