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입당송
시편 54(53),6.8
보라, 하느님은 나를 도우시는 분, 주님은 내 생명을 떠받치는 분이시다. 저는 기꺼이 당신께 제물을 바치리이다. 주님, 좋으신 당신 이름 찬송하리이다.
본기도
주님, 주님의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주님의 은총을 인자로이 더해 주시어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언제나 깨어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내가 파라오를 쳐서 나의 영광을 드러내면,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14,5-18
그 무렵 5 이스라엘 백성이 도망쳤다는 소식이 이집트 임금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은 이 백성에 대한 마음이 달라져,
“우리를 섬기던 이스라엘을 내보내다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하였는가?” 하고 말하였다.
6 파라오는 자기 병거를 갖추어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섰다.
7 그는 병거 육백 대에 이르는 정예 부대와,
군관이 이끄는 이집트의 모든 병거를 거느리고 나섰다.
8 주님께서 이집트 임금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으므로,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뒤를 쫓았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당당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9 마침내 파라오의 모든 말이며 병거,
그의 기병이며 보병 등 이집트인들이 그들의 뒤를 쫓아가,
바알 츠폰 앞 피 하히롯 근처 바닷가에 진을 친 그들을 따라잡았다.
10 파라오가 다가왔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눈을 들어 보니,
이집트인들이 그들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몹시 두려워하며 주님께 부르짖었다.
11 그들은 모세에게 말하였다.
“이집트에는 묏자리가 없어 광야에서 죽으라고 우리를 데려왔소?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 이렇게 만드는 것이오?
12 ‘우리한테는 이집트인들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나으니,
이집트인들을 섬기게 우리를 그냥 놔두시오.’ 하면서
우리가 이미 이집트에서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소?”
13 그러자 모세가 백성에게 대답하였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
오늘 너희가 보는 이집트인들을 다시는 영원히 보지 않게 될 것이다.
14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
15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느냐?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일러라.
16 너는 네 지팡이를 들고 바다 위로 손을 뻗어 바다를 가르고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땅을 걸어 들어가게 하여라.
17 나는 이집트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여,
너희를 뒤따라 들어가게 하겠다.
그런 다음 나는 파라오와 그의 모든 군대, 그의 병거와 기병들을 쳐서
나의 영광을 드러내겠다.
18 내가 파라오와 그의 병거와 기병들을 쳐서 나의 영광을 드러내면,
이집트인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탈출 15,1ㄷㄹㅁ-2.3-4.5-6(◎ 1ㄷㄹ)
◎ 주님을 찬양하세, 그지없이 높으신 분.
○ 주님을 찬양하세. 그지없이 높으신 분, 기마와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를 구원하셨네. 주님은 나의 하느님, 나 그분을 찬미하리라. 내 조상의 하느님, 나 그분을 높이 기리리라. ◎
○ 주님은 전쟁의 용사, 그 이름 주님이시다. 파라오의 군대와 병거를 바다에 내던지시니, 뛰어난 장수들이 갈대 바다에 빠졌네. ◎
○ 바닷물이 그들을 덮치니, 돌처럼 깊이 가라앉았네. 주님, 당신 오른손이 권능과 영광을 드러내시니, 주님, 당신 오른손이 원수를 짓부수셨나이다. ◎
복음 환호송
시편 95(94),7.8
◎ 알렐루야.
○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 알렐루야.
복음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와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8-42
38 그때에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40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
41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42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와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니네베 사람들도 남방 여왕도,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이방인’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지혜가 담긴 가르침에 즉시 반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회개하라는 요나의 외침에 니네베 사람들은 즉시 회개하였고, 솔로몬이 하느님의 지혜를 받았다는 말에, 남방 여왕은 먼 길을 찾아왔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용기와 추진력을 지닌 존재들이다.
주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이들이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라고 예언하신다.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였을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세례를 통하여 ‘이방인’의 정체성을 벗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이들이 우리다. 그럼에도 여전히, 확실한 표징을 요구하면서 우물쭈물하고 있진 않은가. 주님께서 매일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 주고 계심에도 ‘아직 조금 불안하다.’라며 망설이고 있진 않은가. 그럴 때, 니네베 사람들과 남방 여왕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무언가를 시작하는 용기를 지니길 바란다. 사실, 우리는 그들이 듣고 보았던 것보다 훨씬 큰 표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를 위해 오늘도 십자가를 지시는 분, “솔로몬보다 더 큰 이”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지 않은가. 그분을 믿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자.
예물 기도
하느님, 구약의 제사들을 하나의 제사로 완성하셨으니 하느님의 종들이 정성껏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아벨의 제물처럼 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시어 존엄하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봉헌하는 이 제사가 인류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11(110),4-5
당신 기적들 기억하게 하시니,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로우시다. 당신 경외하는 이들에게 양식을 주신다.
<또는>
묵시 3,2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으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신비의 은총으로 저희를 가득 채워 주셨으니 자비로이 도와주시어 저희가 옛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을 읽다 보면 표징을 요구하는 것이 매우 잘못된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서 12장의 문맥 안에서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 앞 단락에는 예수님께서 마귀 들려 눈멀고 말 못하는 이를 치유하시자 사람들이 놀라서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 곧 메시아로 보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곧바로 예수님께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내신다고 하면서 그분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기적을 직접 보고도 그것을 인정하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까지 방해하였습니다(마태 12,22-32 참조).
바로 이 바리사이들이 이제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도록 증거를 달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고집 앞에서 그 어떤 표징도 소용이 없음을 잘 아시기에,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12,39)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표징을 주시지 않겠다는 말씀이라기보다 그들의 마음 자세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꽉 막힌 사람들에게도 아직 가능성을 열어 두십니다. 그래서 “요나 예언자의 표징”(12,39), 곧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가장 큰 표징만은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부활을 알리는 천사의 발현 소식이 군사들에게서 대사제들과 원로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28,11 참조). 그래서 오늘 복음은 단죄보다도 오히려 포기하시지 않고 무한히 인내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보여 줍니다.
(김태훈 리푸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