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성경에 동정 마리아의 탄생에 관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성모 신심이 초대 교회 때부터 계속 이어지면서 동방 교회에서 먼저 이 축일을 지내기 시작하였다. 로마 교회는 예루살렘에 세워진 ‘마리아 성당’의 봉헌일(9월 8일)을 동정 마리아의 탄생 축일로 정하고, 7세기부터 기념해 오고 있다.
입당송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축하세.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그분이 낳으셨네.
본기도
주님, 복되신 동정녀께서 성자를 낳으시어 저희 구원이 시작되었으니 동정녀 탄생 축일을 지내는 주님의 종인 저희에게 천상 은총의 선물을 내려 주시어 길이 참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해산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 미카 예언서의 말씀입니다.5,1-4ㄱ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그의 뿌리는 옛날로, 아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 그러므로 해산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주님은 그들을 내버려두리라.
그 뒤에 그의 형제들 가운데 남은 자들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돌아오리라.
3 그는 주님의 능력에 힘입어
주 그의 하느님 이름의 위엄에 힘입어 목자로 나서리라.
그러면 그들은 안전하게 살리니
이제 그가 땅끝까지 위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4 그리고 그 자신이 평화가 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하느님께서는 뽑으신 이들을 미리 정하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28-30
형제 여러분,
28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29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아드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가 되게 하셨습니다.
30 그렇게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3(12),6ㄱㄴ.6ㄷ(◎ 이사 61,10ㄱ)
◎ 저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리이다.
○ 저는 당신 자애에 의지하며, 제 마음 당신 구원으로 기뻐 뛰리이다. ◎
○ 은혜를 베푸신 주님께 노래하리이다.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님, 복되시나이다.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낳으셨으니 온갖 찬미를 마땅히 받으시리이다.
◎ 알렐루야.
복음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의 시작입니다.1,1-16.18-23
1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2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3 유다는 타마르에게서 페레츠와 제라를 낳고
페레츠는 헤츠론을 낳았으며 헤츠론은 람을 낳았다.
4 람은 암미나답을 낳고
암미나답은 나흐손을 낳았으며 나흐손은 살몬을 낳았다.
5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6 이사이는 다윗 임금을 낳았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7 솔로몬은 르하브암을 낳았으며 르하브암은 아비야를 낳고
아비야는 아삽을 낳았다.
8 아삽은 여호사팟을 낳고 여호사팟은 여호람을 낳았으며
여호람은 우찌야를 낳았다.
9 우찌야는 요탐을 낳고 요탐은 아하즈를 낳았으며
아하즈는 히즈키야를 낳았다.
10 히즈키야는 므나쎄를 낳고 므나쎄는 아몬을 낳았으며
아몬은 요시야를 낳았다.
11 요시야는 바빌론 유배 때에 여호야킨과 그 동생들을 낳았다.
12 바빌론 유배 뒤에 여호야킨은 스알티엘을 낳고
스알티엘은 즈루빠벨을 낳았다.
13 즈루빠벨은 아비훗을 낳고 아비훗은 엘야킴을 낳았으며
엘야킴은 아조르를 낳았다.
14 아조르는 차독을 낳고 차독은 아킴을 낳았으며
아킴은 엘리웃을 낳았다.
15 엘리웃은 엘아자르를 낳고
엘아자르는 마탄을 낳았으며 마탄은 야곱을 낳았다.
16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2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8-23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2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오늘 복음은 생소한 이름의 기나긴 나열로 시작된다. 수십 대에 걸쳐 이어 오는 세대 속에서 어찌 좋은 일, 아름다운 일만 있었겠는가. 어려운 상황도 있었을 것이고 사람의 부족함에서 오는 죄스런 모습 또한 있었을 터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은총은 그 모습들을 넘어 구원의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복음이 알려 주는 것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진 기다림은 ‘임마누엘’, 어떤 순간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이어지지 않던가.
그 중요한 길목에 마리아와 요셉의 결단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겠다. 사실 그들의 이름은 권위로 따졌을 때 앞서 등장한 왕의 이름들과 비교하자면 작디작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요청을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요청에 뒤따를 어려움을 알고 있음에도 긍정의 대답을 드리는 결단을 내렸다. 덕분에 그들은 ‘동정녀에게서 태어난 이’라는 호칭과 ‘다윗의 후손’이라는 호칭을 동시에 주님께 드릴 수 있었다.
우리 삶의 역사 속에도 부족함과 어려움이 있을 터다. 그렇지만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결단의 순간 또한 분명 존재한다. 주님께는 그 결단이 참으로 귀한 것임을 잊지 말자. 하느님께 ‘네’라고 응답하는 우리 모습이 세상에 예수님을 새롭게 모시고 오는 통로가 되기를, 또 다른 마리아로서 거듭나는 복된 탄생의 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예물 기도
주님,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신 성자께서 어머니의 순결을 손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거룩하게 하셨으니 저희가 성자의 인성으로 도움을 받고 죄에서 벗어나 주님 마음에 드는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우리 주 …….
<또는>
주님, 저희가 기쁨에 넘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기념하고 이 예물을 바치며 간절히 비오니 동정녀 몸에서 사람으로 태어나신 성자께 구원을 받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감사송
<복되신 동정 마리아 감사송 1 : 어머니이신 마리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하고 복되신 평생 동정 마리아 ( ) 축일에 아버지를 찬송하고 찬양하고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성모님께서는 성령으로 외아들을 잉태하시고 동정의 영광을 간직한 채 영원한 빛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낳으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천사들이 주님의 위엄을 찬미하고 주품천사들이 흠숭하며 권품천사들이 두려워하고 하늘 위 하늘의 능품천사들과 복된 세라핌이 다 함께 예배하며 환호하오니 저희도 그들과 소리를 모아 삼가 주님을 찬양하나이다.
<또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감사송 2 : 마리아의 노래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
거룩하신 아버지, 모든 성인을 훌륭히 이끌어 주신 주님을 찬미하고 특히 저희가 기념하고 공경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노래로 주님의 인자하심을 찬양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주님께서는 땅끝에 이르기까지 큰일을 하시고 대대로 자비를 너그러이 베푸셨나이다.
비천한 종 마리아를 돌보시어 마리아를 통하여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의 구원자로 보내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 앞에서 천사들의 군대가 영원히 기뻐하며 주님의 위엄을 흠숭하오니 저희도 환호하며 그들과 소리를 모아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이사 7,14; 마태 1,21 참조
보라, 동정녀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아드님이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시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신비로 교회의 힘을 길러 주셨으니 저희가 온 세상의 희망이시며 구원의 서광이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일을 맞이하여 더욱 기뻐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우리말로 “약혼”(마태 1,18)이라고 옮긴 낱말은 당시 유다인 사회에서 증인들 앞에서 하는 정식 혼인 전 예식을 가리킵니다. 이 예식으로 남녀는 공식 이혼 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깰 수 없는 ‘정식 부부의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두 당사자는 이미 정식 부부이기 때문에 배우자가 죽으면 홀아비나 과부라고 불리고, 상대가 간음을 하면 그 행위가 이혼 사유에 해당됨은 물론 간통죄로 다스려졌습니다.
마리아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주님께서 자신을 통하여 당신의 계획을 이루고자 하심을 알게 되자 기꺼이 자신을 내놓았습니다.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푸른 꿈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듣게 된 하느님 전갈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꿈을 포기하고 불명예를 떠안고 죽을 위험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마리아의 마음에는 주님께서 첫자리를 차지하셨습니다. 자신보다 주님을 더 소중히 여긴 것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의 임신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마리아가간통죄로 처벌받는 것도, 공개적으로 부끄러움을 당하는 것도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그를 사랑하였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간음한 여인과 혼인할 수는 없기에 파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천사의 알림을 받자, 그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동정 잉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하느님 뜻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모두 구원하시고자 당신 자신을 아낌없이 내놓으신 것은 그분께서 하느님을 무척 사랑하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느님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을 포기하는 마리아와 요셉의 모범을 가정에서 배우셨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김태훈 리푸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