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입당송
시편 119(118),137.124
주님, 당신은 의로우시고 당신 법규는 바르옵니다. 당신 종에게 자애를 베푸소서.
본기도
하느님, 저희를 구원하시어 사랑하는 자녀로 삼으셨으니 저희를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참된 자유와 영원한 유산을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3,12-17
형제 여러분,
12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13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14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15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또한 한 몸 안에서 이 평화를 누리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16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17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50,1ㄴㄷ-2.3-4.5-6ㄱ(◎ 6ㄱ)
◎ 숨 쉬는 것 모두 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 거룩한 성소에서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웅대한 창공에서 주님을 찬양하여라. 위대한 일 이루시니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지없이 크시오니 주님을 찬양하여라. ◎
○ 뿔 나팔 불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수금과 비파 타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손북 치고 춤추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거문고 뜯고 피리 불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
○ 바라 소리 낭랑하게 주님을 찬양하여라. 바라 소리 우렁차게 주님을 찬양하여라. 숨 쉬는 것 모두 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
복음 환호송
1요한 4,12
◎ 알렐루야.
○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이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되리라.
◎ 알렐루야.
복음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27-3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7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28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29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두어라.
30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31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32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33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34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
35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36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37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38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사랑하고, 잘해 주고, 축복하고, 기도하는 일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입니다. 많은 이들이 미워하고, 분노하는 일을 죄로 인식합니다.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을 조율하는 일을 종교의 선함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원수를 사랑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자에게 잘해 주라고 합니다. ‘원수’라는 그리스말 ‘엑크로스’는 ‘미워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 나를 미워하는 사람, 그리하여 서로가 미움으로 엮여져 있는 관계를 극복하라고 오늘 복음은 가르칩니다.
감정이 상하면 정확하게 사랑하지 못합니다. 복음의 사랑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랑하는 그 자체로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의 작업입니다. 모진 말이지만, 우리는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미움을 미움으로 갚지 않는 일을 넘어, 사랑까지 하는 일이 우리에겐 십자가를 지는 만큼 힘든 일입니다. 다만, 그 십자가, 예수님께서 먼저 지고 가셨습니다. 피땀이 흐를 만큼 고통스런 십자가를 지신 이유는 세상을 끝까지 사랑하시겠다는 당신의 의지 때문입니다. 정확한 사랑은 고통을 피하지 않습니다.
예물 기도
하느님, 저희에게 참된 믿음과 평화를 주셨으니 저희가 예물을 바쳐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합당히 공경하고 거룩한 제사에 참여하여 온 마음으로 이 신비와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42(41),2-3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또는>
요한 8,12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믿는 이들을 생명의 말씀과 천상 성사로 기르시고 새롭게 하시니 사랑하시는 성자의 크신 은혜로 저희가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원수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원수’를 아주 좁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없을 수 있겠지만, 내가 싫어하거나 미워하거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원수라면 저마다 주위에 그런 사람은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가족이 원수인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대합니까? 소극적으로는 피하거나 상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는 뒷담화를 하거나 나쁘게 대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사랑의 구체적 모습까지 제시하십니다. 잘해 주고 축복하며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십니다(루카 6,27-28 참조).
솔직히 미운 사람에게 그렇게 해 주면 그들이 잘될 것 같아서 싫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모른 체하거나 거부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우리는 늘 미움이라는 마음속 감옥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건강까지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싫더라도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이 말씀을 따르는 사람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차츰 그 마음에는 미움 대신 사랑이 자리 잡아 자신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압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바로 우리 자신의 해방과 기쁜 삶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은총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 내용을 제가 이해한 대로 표현하면,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무슨 은총이 여러분에게 있습니까?”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데는 은총이 필요합니다. 주님께 당신 말씀을 따를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주님 말씀을 실천하겠다는 우리의 응답도 있어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김태훈 리푸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