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입당송
집회 36,21-22 참조
주님,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소서. 당신 예언자들이 옳다는 것을 드러내시고, 당신 종과 당신 백성 이스라엘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니 저희를 굽어보시어 저희가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고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의로움을 추구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1서 말씀입니다.6,2ㄹ-12
사랑하는 그대여, 2 그대는 이러한 것들을 가르치고 권고하십시오.
3 누구든지 다른 교리를 가르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건전한 말씀과 신심에 부합되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4 그는 교만해져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논쟁과 설전에 병적인 열정을 쏟습니다.
이러한 것에서부터 시기와 분쟁과 중상과 못된 의심과
5 끊임없는 알력이 나와,
정신이 썩고 진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사이에 번져 갑니다.
그들은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6 물론 자족할 줄 알면 신심은 큰 이득입니다.
7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8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시다.
9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자들은 사람들을 파멸과 멸망에 빠뜨리는
유혹과 올가미와 어리석고 해로운 갖가지 욕망에 떨어집니다.
10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11 하느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이러한 것들을 피하십시오.
그 대신에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12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
그대는 많은 증인 앞에서 훌륭하게 신앙을 고백하였을 때에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49(48),6-7.8-10.17-18.19-20(◎ 마태 5,3)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뒤쫓는 자들이 악행으로 나를 에워쌀 때, 그 불행한 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랴? 그들은 자기 재산만 믿고, 재물이 많다고 자랑한다. ◎
○ 사람이 사람을 어찌 구원하랴? 하느님께 제 몸값을 치를 수도 없거늘. 그 영혼의 값 너무 비싸, 언제나 모자란다, 그가 영원히 살기에는, 구렁을 아니 보기에는. ◎
○ 누군가 부자가 된다 하여도, 제집의 영광을 드높인다 하여도, 부러워하지 마라.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으며, 영광도 그를 따라 내려가지 못한다. ◎
○ “네가 잘한다고 사람들이 칭찬한다.” 사는 동안 스스로에게 말할지라도, 조상들이 모인 데로 내려가,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리라. ◎
복음 환호송
마태 11,25 참조
◎ 알렐루야.
○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3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2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3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여성들을 설명하는 루카 복음사가의 문장은 짤막합니다. 그들이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되었고, 하느님 나라 운동에 ‘참여’하여 ‘헌신’했다고 밝힙니다. 루카의 설명은 그들의 헌신과 내적 동기를 밝히는 것이었을까요. 혹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며, 여성들의 동행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병력이 오히려 사회적 자유로움을 주었다고 해명하는 것이었을까요.
한편 루카 복음사가는 세 여성의 이름을 전합니다. 종이 위에 말라붙은 이름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들의 얼굴과 몸짓은 그려지지 않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요. 저 여성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큼 유명한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의아하게 들었을까요. 그가 굳이 이 여성의 이름을 나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느님 나라 운동에도 ‘그림자 노동’이 필요했고, 공기 같아서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남기려던 것이었을까요.
행간은 넓고 침묵은 더 깊습니다. 질문으로 돌다리를 만들어 보려 했습니다만, 여전히 의미는 멀어 보입니다. 다만 이 못난 질문들이, 말없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저 여성들의 헌신과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루카의 시선을 닮기를 바랄 뿐입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이 제물을 너그러이 받으시어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가 드리는 이 제사가 모든 이의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36(35),8
하느님, 당신 자애가 얼마나 존귀하옵니까! 모든 사람들이 당신 날개 그늘에 피신하나이다.
<또는>
1코린 10,16 참조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며, 우리가 나누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을 함께 먹는 것이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천상 은총으로 저희 몸과 마음을 이끄시어 저희가 제 생각대로 살지 않고 그 은총의 힘으로 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시지 않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몸소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나라,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말씀만으로가 아니라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시어 그들이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통한 이 치유의 사랑을 여인들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습니다. 사랑받은 사람은 사랑해 주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함께 있음’은 제자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선택하신 첫 번째 목적이 바로 당신과 함께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마르 3,14 참조). 이런 의미에서 여인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바랐고,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인들이 공적으로 발언하지도 못하였고,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였으며, 남편의 말에 반대하지도 못하였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볼 수 있었던 이들이 제자단에 속해서 예수님과 함께 곳곳을 돌아다닌 것입니다. 예수님께는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기에, 이 여인들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이 자체가 하느님 나라를 이루시는 것입니다. 또한 여인들은 이로써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치유와 해방뿐 아니라 함께 있는 것도 사랑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들도 사랑으로 응답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모든 것으로 예수님과 그 일행을 섬깁니다. 사랑은 사랑을 부릅니다.
(김태훈 리푸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