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복음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3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2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3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여성들을 설명하는 루카 복음사가의 문장은 짤막합니다. 그들이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되었고, 하느님 나라 운동에 ‘참여’하여 ‘헌신’했다고 밝힙니다. 루카의 설명은 그들의 헌신과 내적 동기를 밝히는 것이었을까요. 혹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며, 여성들의 동행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병력이 오히려 사회적 자유로움을 주었다고 해명하는 것이었을까요.
한편 루카 복음사가는 세 여성의 이름을 전합니다. 종이 위에 말라붙은 이름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들의 얼굴과 몸짓은 그려지지 않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요. 저 여성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큼 유명한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의아하게 들었을까요. 그가 굳이 이 여성의 이름을 나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느님 나라 운동에도 ‘그림자 노동’이 필요했고, 공기 같아서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남기려던 것이었을까요.
행간은 넓고 침묵은 더 깊습니다. 질문으로 돌다리를 만들어 보려 했습니다만, 여전히 의미는 멀어 보입니다. 다만 이 못난 질문들이, 말없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저 여성들의 헌신과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루카의 시선을 닮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