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복음
<예수님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18-22
18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9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20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1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22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겁니다. ‘다른 사람 말이나 생각에 숨지 마라. 네 생각을 네 말로 해 보라’고요. 예수님의 질문 앞에서, 우리 신앙을 표현하는 말을 정직하게 성찰해 봅니다. 물려받은 상투어를 제외하고 나면, 과연 얼마나 많은 말이 남을까요.
흔히들 신앙을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라고 합니다. 대개 이 말은 하느님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원래 ‘인격’이라는 말이 사용된 이유를 생각하면 그 의미가 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격’이란 말이 신앙적으로 사용된 것은, ‘삼위일체’ 교리를 빚어낼 때입니다. 교부들은 이 말을 성삼위의 ‘구분’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말하자만, 인격은 ‘인간적인’ 혹은 ‘친밀한’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 없는 ‘고유성’과 ‘개별성’을 표현하는 말이었습니다. 인격이 그런 의미라면,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걸음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예수님의 질문은 ‘인격적’ 질문입니다. 예수님의 질문은 누가 대신 대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에도 숨을 수 없고, 숨어서도 안됩니다. 예수님의 질문에 무어라 답하시겠습니까. 우리의 신앙과 고백은 정말 ‘인격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