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한국 천주교회는 사도좌와 뜻을 같이하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과 이민자들에게 더욱 깊은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고자 2001년부터 ‘이민의 날’을 지내고 있다. 주교회의 2021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이 명칭을 보편 교회에 맞추어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World Day of Migrants and Refugees)로 변경하였다.
오늘의 전례
오늘은 연중 제26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시고, 탐욕스러운 부자는 외면하시며, 무분별한 자들의 방종을 그치게 하시고, 짓눌리는 이들을 정의롭게 보살피십니다. 언제나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여,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하느님 나라에 받아 주실 것을 굳게 믿읍시다.
입당송
다니 3,29.30.31.43.42 참조
주님,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짓고 당신 계명을 따르지 않았기에, 당신은 진실한 판결에 따라 저희에게 그 모든 것을 하셨나이다.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저희에게 크신 자비를 베푸소서.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크신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고 끊임없이 은총을 내려 주시어 약속하신 그곳으로 저희가 달려가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이제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리라.>
▥ 아모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6,1ㄱㄴ.4-7
전능하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불행하여라,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 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자들!
4 그들은 상아 침상 위에 자리 잡고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양 떼에서 고른 어린양을 잡아먹고
우리에서 가려낸 송아지를 잡아먹는다.
5 수금 소리에 따라 되잖은 노래를 불러 대고
다윗이나 된 듯이 악기들을 만들어 낸다.
6 대접으로 포도주를 퍼마시고 최고급 향유를 몸에 바르면서도
요셉 집안이 망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7 그러므로 이제 그들이 맨 먼저 사로잡혀 끌려가리니
비스듬히 누운 자들의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46(145),6ㄷ-7.8-9ㄱ.9ㄴㄷ-10ㄱㄴ(◎ 1ㄴ)
◎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 주님은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고, 억눌린 이에게 권리를 찾아 주시며,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시네. 주님은 잡힌 이를 풀어 주시네. ◎
○ 주님은 눈먼 이를 보게 하시며, 주님은 꺾인 이를 일으켜 세우시네. 주님은 의인을 사랑하시고, 주님은 이방인을 보살피시네. ◎
○ 주님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나, 악인의 길은 꺾어 버리시네. 주님은 영원히 다스리신다. 시온아, 네 하느님이 대대로 다스리신다. ◎
제2독서
<주님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계명을 지키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1서 말씀입니다.6,11ㄱㄷ-16
11 하느님의 사람이여,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12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
그대는 많은 증인 앞에서 훌륭하게 신앙을 고백하였을 때에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13 만물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그리고
본시오 빌라도 앞에서 훌륭하게 신앙을 고백하신 그리스도 예수님 앞에서
그대에게 지시합니다.
14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
15 제때에 그 일을 이루실 분은 복되시며
한 분뿐이신 통치자 임금들의 임금이시며 주님들의 주님이신 분
16 홀로 불사불멸하시며 다가갈 수 없는 빛 속에 사시는 분
어떠한 인간도 뵌 일이 없고 뵐 수도 없는 분이십니다.
그분께 영예와 영원한 권능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2코린 8,9 참조
◎ 알렐루야.
○ 예수 그리스도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도 그 가난으로 부유해지게 하셨네.
◎ 알렐루야.
복음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9-31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
19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20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26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29 아브라함이,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고 대답하자,
30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31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오늘 복음에는 부자와 가난한 라자로가 등장합니다. 라자로는 종기 투성이의 몸으로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으로라도 배를 채우려 했던 약자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상황은 죽음 이후에 완전히 뒤바뀝니다. 약자였던 라자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고 부자는 끔찍한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부자는 왜 고통을 받게 되었을까요? 바로 ‘무관심’ 때문입니다. 부자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즐거움과 풍요로움만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문밖의 신음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고통을 보고도 외면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도 분명 라자로가 있습니다. 현재의 내 상황에 취해 곁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외면하고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애타게 바라고 있는 나의 부모, 배우자, 자녀일 수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십시오. 이 작은 변화가 큰 행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보편지향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목자이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하느님 계획에 응답하는 미래의 건설에 이주민과 난민과도 함께하며 주님 안에서 한 형제로 살아가게 하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정치인들을 주님의 사랑과 정의로 이끌어 주시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먼저 살피며 모든 이에게 이로운 정책을 마련하고 올바로 실현하게 하소서.
3.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 낫기 힘든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굽어보시어, 몸소 위로하시고, 치유의 희망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친교의 주님, 저희 지역 사회를 굽어살피시어, 지역 주민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는 데 힘이 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가 드리는 예물을 받아들이시어 이 제사로 저희에게 온갖 복을 내려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6 : 영원한 파스카의 보증>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저희는 주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오니 이 세상에서 날마다 주님의 인자하심을 체험할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고 있나이다.
주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키셨으니 성령의 첫 열매를 지닌 저희에게도 파스카 신비가 영원히 이어지리라 희망하고 있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119(118),49-50 참조
주님, 당신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저는 그 말씀에 희망을 두었나이다. 당신 말씀 고통 속에서도 위로가 되나이다.
<또는>
1요한 3,16 참조
그리스도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시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네.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하리라.
영성체 후 묵상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불행하여라,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자들!” 가난한 라자로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부자가 우리 모습은 아닐까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천상 신비로 저희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시어 저희가 그리스도의 죽음을 전하며 그 수난에 참여하고 그 영광도 함께 누리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라자로가 어떻게 해서 하느님 나라에 가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루카 16,14)에게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부자의 태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비웃고 당신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바리사이들조차 사랑하시며 그들의 구원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씀하십니다.
비유에서 부자는 왜 불타는 지옥에 갔을까요? 예수님 시대에 재산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좋은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아브라함이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다].”(16,25)라고 하였듯이 재산은 하느님께 받은 것이지 처음부터 자기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본디 주인의 의도대로 써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가난과 고통이라는 악을 바라시지 않으므로 재산을 받은 사람은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부자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재산이 자기 것이니 자기를 위해서 썼습니다. 그는 자기 안에 갇혀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열려 있지 않았습니다. 자기 즐거움만 보았기 때문에 라자로가 자기 대문 앞에, 그렇게 가까이 있었지만 보지 못하였습니다.
살아 있었을 때 부자와 라자로 사이에 존재하였던 큰 간격은 죽어서도 유지됩니다. 그가 살아서 라자로와 관계를 맺었다면 달랐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자는 자기 안에 갇혀 살았기에, 모세와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주님께도 열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 형제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옥의 다른 이름은 이기심이 아닐까요?
(김태훈 리푸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