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복음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3-16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13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14 그러니 심판 때에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15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16 너희 말을 듣는 이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물리치는 사람이며,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호숫가 마을에서 행하신 기적을 떠올립니다. 빵을 많게 하거나, 마귀를 쫓고 질병이나 장애를 고쳐 주셨다는 이야기였지요. 그 일들을 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히들 기적의 본질은 초자연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예수님의 기적에서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빵을 많게 하신 기적 너머에는 사람들의 배고픔이 있습니다. 치유 기적 너머에는 질병과 장애, 그리고 죽음으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 있습니다. 나병 환자와 열두 해 동안 하혈하는 여인을 생각하면, 사람의 고통이 신체의 증상만을 뜻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몸의 고통을 넘어선 소외감과 외로움을 마주합니다. 예수님이 호숫가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에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예수님의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불같이 화를 내신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마음이 외면받을 때, 상처 입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나요. 누군가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마음을 돌보는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과 회개는 닮아 있는 것도 같습니다. 회개는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을 알아볼 때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회개 역시 하나의 기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