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복음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4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주님의 기도 전반부는 하느님을 찬양하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후반부가 되어 청원이 나옵니다. 첫째 청원은 바로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청원입니다. ‘일용할’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에피우시오스’는 번역하기 힘든 단어입니다. 성경에서 잘 사용되는 단어도 아닙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오늘은 ‘삶에 꼭 필요한’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겠습니다.
사람은 먹어야 삽니다. 먹을 것을 청하는 청원은 결코 저열한 청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욕심을 위해서 청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은 ‘일용할’ 양식, 즉 삶에서 꼭 필요한 양식을 청하라고 하십니다. 또 우리는 일용할 양식을 ‘나에게만’ 달라고 청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기도는 그 양식을 ‘우리 모두에게’ 달라고 청하는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나만 배부르게 해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우리 중에 배고픈 이가 없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내 것을 나누지 않고 남이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배고픈 이에게 일용할 양식을 줄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주님의 기도를 드리면서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