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한국 교회는 1968년부터 군 사목에 종사하고 있는 군종 사제를 비롯하여 군인 성당과 국군 장병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물질적으로 돕고자 해마다 10월 첫 주일을 ‘군인 주일’로 지내 왔다. 그러나 2023년부터 10월 둘째 주일에 지내기로 하였다(주교회의 2022년 추계 정기 총회).
오늘 전국 각 본당에서는 군의 복음화를 위한 특별 헌금을 봉헌한다.
오늘의 전례
오늘은 연중 제28주일이며 군인 주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현세의 생명과 영원한 생명의 샘이시니, 육신의 건강만을 찾지 맙시다. 이 거룩한 날 모두가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와 믿음을 주신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며, 아버지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끊임없이 구원하심을 깨닫고, 그 구원의 증인이 되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입당송
시편 130(129),3-4 참조
주님, 당신이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님,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이스라엘의 하느님, 당신은 용서하는 분이시옵니다.
본기도
주님, 주님의 넘치는 은총으로 언제나 저희와 함께하시어 저희가 끊임없이 좋은 일을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에게로 되돌아가 주님께 신앙 고백을 하였다.>
▥ 열왕기 하권의 말씀입니다.5,14-17
그 무렵 시리아 사람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가 14 일러 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그러자 나병 환자인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다.
15 나아만은 수행원을 모두 거느리고 하느님의 사람에게로 되돌아가
그 앞에 서서 말하였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이 종이 드리는 선물을 부디 받아 주십시오.”
16 그러나 엘리사는 “내가 모시는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결코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고 거절하였다.
그래도 나아만이 그것을 받아 달라고 거듭 청하였지만 엘리사는 거절하였다.
17 그러자 나아만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시다면, 나귀 두 마리에 실을 만큼의 흙을 이 종에게 주십시오.
이 종은 이제부터 주님 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8(97),1.2-3ㄱㄴ.3ㄷㄹ-4(◎ 2 참조)
◎ 주님은 당신 구원을 민족들의 눈앞에 드러내셨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제2독서
<우리가 견디어 내면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릴 것이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2서 말씀입니다.2,8-13
사랑하는 그대여, 8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그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9 이 복음을 위하여 나는 죄인처럼 감옥에 갇히는 고통까지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10 그러므로 나는 선택된 이들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그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11 이 말은 확실합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었으면 그분과 함께 살 것이고
12 우리가 견디어 내면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며
우리가 그분을 모른다고 하면 그분도 우리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
13 우리는 성실하지 못해도 그분께서는 언제나 성실하시니
그러한 당신 자신을 부정하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1테살 5,18
◎ 알렐루야.
○ 모든 일에 감사하여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너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다.
◎ 알렐루야.
복음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11-19
11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12 그분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는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13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14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16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18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19 이어서 그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나병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병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열 명의 나병 환자는 간절함을 가지고 예수님께 호소합니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들의 고통과 간절함을 알고 계셨던 예수님께서는 사제에게 가서 너희의 몸을 보이라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당시 병이 나았음을 공식적으로 증명받기 위해서는 사제에게 가야 했고 사제가 공식적으로 병이 나았음을 선언하면 그 순간부터 병자가 아닌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제에게 향하는 도중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들의 병이 완전히 낫게 된 것입니다. 간절함이 결과로 주어진 순간입니다. 그런데 이 결과 앞에서 나병 환자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합니다. 아홉 명은 그저 기뻐하며 사제에게로 향했고 나머지 한 명은 예수님께 돌아와 엎드려 감사를 드렸습니다.
간절함은 우리를 기도로 이끕니다. 그리고 기도에는 결과가 따릅니다. 그 결과 앞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보편지향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복음을 전하는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가난하고 병든 이들, 힘없고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곳곳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이 세상을 굽어살피시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대화로 타협하고 참평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
3. 군인 주일을 맞아 군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조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애쓰는 군인들을 보살펴 주시어, 어려움을 이겨 내고 무사히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그들의 몸과 마음을 지켜 주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어려움을 겪는 가정 공동체를 돌보아 주시어,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어머니인 교회 안에서 힘을 얻도록 이끌어 주소서.
예물 기도
주님, 신자들이 바치는 기도와 예물을 받아들이시고 이 정성된 제사로 저희가 천상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6 : 영원한 파스카의 보증>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저희는 주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오니 이 세상에서 날마다 주님의 인자하심을 체험할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고 있나이다.
주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키셨으니 성령의 첫 열매를 지닌 저희에게도 파스카 신비가 영원히 이어지리라 희망하고 있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34(33),11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것뿐이리라.
<또는>
1요한 3,2 참조
주님이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되리라.
영성체 후 묵상
치유를 받고 하느님의 사람에게 돌아와 감사드린 시리아 사람 나아만처럼, 자비를 입은 열 명 가운데 혼자 돌아와 감사드린 외국인처럼 주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엄위하신 주님 앞에 엎드려 비오니 저희를 그리스도의 거룩한 살과 피로 기르시어 그 신성에 참여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우리 삶에는 다양한 기다림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월급을 저축하면서 내 집 장만을 기다립니다. 어떤 사람은 즐거운 데이트를 하려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멀리 여행을 가면서 비행기나 열차를 기다리기도 하고, 회사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도 기다림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기다림입니다. 나병 환자 열 사람이 예수님께 찾아옵니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수가 없어 온 마음과 힘을 다하여 멀찍이 서서 소리를 지릅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고쳐 달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루카 17,14)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제에게 가라.’는 말씀은 ‘세상 사람들에게 너희가 병이 나은 것을 확인받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치유를 받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 인사를 드리는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치유의 은사를 베푸시고 기다리셨는데, 응답한 사람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불결하다고 욕하였던 사마리아 사람, 한 명이었습니다.
지금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우리가 이 기다림에 응답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삶이 힘들고 괴로울 때입니다. 병에 걸렸을 때, 금전적 어려움이 닥칠 때, 정신적 고통이 다가올 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올 때, 우리는 예수님을 찾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감사할 일이 있을 때입니다. 하는 일이 잘 풀려서, 자격시험에 붙어서, 고통이 사라져서 등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앞의 이유로는 예수님을 자주 찾지만, 뒤의 이유로 예수님을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기다림에 응답합니까? 모든 일에 주님께 응답하는 신앙인이 되겠다고 다짐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찬우 다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