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입당송
시편 17(16),6.8 참조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주님,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정성껏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을 믿는 우리도 의롭다고 인정받을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4,20-25
형제 여러분, 아브라함은
20 불신으로 하느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믿음으로 더욱 굳세어져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21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것을 능히 이루실 수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22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신” 것입니다.
23 하느님께서 인정해 주셨다는 기록은 아브라함만이 아니라,
24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을 믿는 우리도
그렇게 인정받을 것입니다.
25 이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잘못 때문에 죽음에 넘겨지셨지만,
우리를 의롭게 하시려고 되살아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루카 1,69-70.71-72.73-75(◎ 68 참조)
◎ 찬미받으소서,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주님은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네.
○ 우리를 위하여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힘센 구원자를 세워 주셨네.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으로, 예로부터 말씀하신 대로 하셨네. ◎
○ 우리 원수들에게서,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의 손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리라. 그분은 우리 조상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의 거룩한 계약을 기억하셨네. ◎
○ 우리 조상 아브라함에게 맹세하신 대로, 우리가 원수들의 손에서 풀려나, 아무 두려움 없이, 한평생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의롭게 당신을 섬기게 하셨네. ◎
복음 환호송
마태 5,3
◎ 알렐루야.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알렐루야.
복음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13-21
그때에 13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얼핏 보았을 때,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형제 사이의 유산 문제는 민감한 주제다. 주님께서 큰 권위를 지니신 만큼, 부족한 사람들 사이의 정의로운 중재인이 되어 주실 수는 없었던 것인가.
주님께서 무엇보다도 경계하신 것은, 주님 당신을 ‘중재인’이라는 이름의 도구로 이용하려고 하는 우리 욕심이 아니었을까. 복음의 부유한 이처럼, 우리는 자기 계획만을 생각하고 자기 이익만을 좇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잊곤 한다. 잊기만 하는가. 내 계획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 주님의 이름을 끌고 와 ‘내가 옳다’고 항변하지 않던가. 마치 그것이 나의 몫, ‘나의 유산’이니 주님께서 그것을 이루어 주셔야 한다는 듯 말이다.
주님 보시기에 부유한 삶, 주님께서 바라시는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 어느 쪽이든 내 아집을 내려놓아야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쉽지 않겠지만, 주님께서 도와주실 터이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갈 따름이다. 마침,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늘 그렇게 청하지 않던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그저 우리에게는 서로를 용서하고, 자기 부족함에 대한 용서를 청할 줄 아는 길을 열어 달라고. 그 겸손함을 통해 참된 부유에 이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이 예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씻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드리는 이 성찬의 제사로 더욱 깨끗해지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33(32),18-19 참조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주님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때 먹여 살리신다.
<또는>
마르 10,45 참조
사람의 아들은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잔치에 자주 참여하여 현세에서 도움도 받고 영원한 신비도 배우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가끔 밖에서 밥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늘 먼저 물어 오시는 것이 있습니다. “신부님!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하세요?” 그런데 솔직히 대답하기 난감합니다. 아는 신부님이 신자분들에게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말하였더니 떠날 때까지 매번 수제비를 준비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인 ‘된장찌개’라고 대답합니다. 그럼에도 신자분들은 때때로 “신부님, 된장찌개 말고 다른 거요.”라고 하십니다. 아마도 너무 평범해서 누군가에게 대접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서겠지요.
우리는 때때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으며 어떤 집에서 사는지가 그 사람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나 입고 있는 옷이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큰 집에서 사는지가 마음의 크기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을 보여 주는 것은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들입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 씀씀이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처럼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루카 12,21)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죽고 나면 사라질 세상의 재화를 모으기보다는 하느님 앞에서 재화를 쌓아야 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재화를 쌓는다는 것은 좋은 말을 하고, 자신의 인격을 닦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하느님 앞에서 재화를 쌓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찬우 다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