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복음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예수님의 평화는 분열을 마땅히 불러옵니다. 예수님의 평화는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을 부추깁니다. 태초부터 우리는 ‘제 종류대로’ 저마다 다르게 창조되었고 다름을 조화로 만들어가야 할 책임을 운명으로 받았습니다. 다름과 조화는 우리 존재의 속성이기도 하여,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사실은 하나의 뜻 안에 하나의 행위를 거부합니다.(바벨탑 이야기의 교훈이기도 하지요.) 서로 다른 뜻과 결이 다른 행위들 안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분열은 그 고유함을 획일적 잣대로 거부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에서 옵니다. 맞서고 갈등을 빚는 것은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당연한 현상임에도 우리는 다름을 감당하기 싫어합니다. 예수님의 평화는 그러므로 지치지 않는 논쟁 한가운데 있습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증언, 그러므로 하나가 되고자 하는 힘센 이들의 고집에 대한 저항, 목소리를 내지 못해 억눌린 이들을 대신할 외침 등등이 그 논쟁입니다. 결국 우린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해는 은총’이라고….(1베드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