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입당송
시편 17(16),6.8 참조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주님,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정성껏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7,18-25ㄱ
형제 여러분,
18 내 안에, 곧 내 육 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19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20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21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22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23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24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2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19(118),66.68.76.77.93.94(◎ 68ㄴ 참조)
◎ 주님, 당신 법령을 저에게 가르치소서.
○ 당신의 계명을 제가 믿사오니, 올바른 지혜와 지식을 가르치소서. ◎
○ 당신은 좋으시고 선을 행하시는 분, 당신 법령을 저에게 가르치소서. ◎
○ 당신 종에게 하신 말씀대로, 자애를 베푸시어 저를 위로하소서. ◎
○ 당신 자비 저에게 이르게 하소서. 제가 살리이다. 당신 가르침은 저의 즐거움이옵니다. ◎
○ 당신 규정으로 저를 살리셨기에, 영원토록 그 규정 잊지 않으오리다. ◎
○ 이 몸 당신의 것, 저를 구하소서. 저는 당신 규정을 찾나이다. ◎
복음 환호송
마태 11,25 참조
◎ 알렐루야.
○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54-59
그때에 54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55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56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57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58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
그러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가,
재판관은 너를 옥리에게 넘기고 옥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59 내가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이스라엘의 겨울은 비교적 온난하고 습합니다. 서쪽 지중해에서 바닷바람이 불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여름은 덥고 건조합니다. 남쪽 아라비아반도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든 바람이 불어오면, 사람들은 저마다 철을 준비했겠지요. 어떤 사람들에게 바람의 방향은 당시 국제 외교를 반영한 은유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힘없는 민족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렸습니다. 이스라엘 주변의 강대국은 저마다 군사를 일으키기 좋은 시기를 골라, 이스라엘에 들이닥쳤을 것이고, 날씨의 변화는 외침의 시작을 뜻했을 겁니다. 그렇게 사막과 바다를 끼고 앉은 그곳에서 날씨의 변화는 삶에 큰 영향을 미쳤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삶의 주도권’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의 삶은 환경의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기후이든 지정학적 위치이든, 환경적으로 결정되는 요소가 삶에는 엄존합니다. 하지만 신앙적 관점에서는, 환경보다 더 큰 주도권을 가지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날씨 감수성을 가졌던 것처럼, 신앙인들에게 영적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에서 어떤 하느님의 메시지를 읽고 있을까요.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이 예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씻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드리는 이 성찬의 제사로 더욱 깨끗해지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33(32),18-19 참조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주님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때 먹여 살리신다.
<또는>
마르 10,45 참조
사람의 아들은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잔치에 자주 참여하여 현세에서 도움도 받고 영원한 신비도 배우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날씨가 어떤지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하루를 준비합니다. 하루 전에 날씨를 가늠하기도 합니다. 밤에 별빛이 밝은 날은 다음 날 해가 쨍쨍합니다. 무릎이 쑤시고 허리가 아프면 어김없이 다음 날 비가 옵니다. 그래서 무릎이 쑤시면 늘 우산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날씨를 알아보고 그에 맞추어 준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솔직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아프고 고통스럽기에, 그저 이 순간을 살아가기에도 벅차고 빠듯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꾸 내일로 미룹니다.
라이트 형제가 맨 처음 만든 비행기는 공중에서 겨우 십이 초 머물렀다고 합니다. 시작은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없었지만, 그들의 첫 시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비행기도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일치하기를 바란다면 그분께 가는 여정을 망설여서는 안 됩니다. 그 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여기서 행동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12,58)라고 하시며, 미루지 말고 행동하라고 하십니다. 나는 어떤지 생각해 봅시다. 지금 해야 할 기도와 선행을 자꾸 미루고 있지는 않는지요?
(이찬우 다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