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복음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끌어내지 않겠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1-6
1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는데,
2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3 예수님께서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4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5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6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율법과 죄의 관계(7장)를 밝힙니다. 사도는 정직한 자기 고백을 통해, 율법의 이면에 죄가 있음을, 율법 없이는 죄도 없음을 지적합니다. 사도의 깊은 성찰 이면에 로마의 격언이 하나 비칩니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 물론 법학적 관점에서 저 말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만, 사도는 다른 관점에서 율법의 가치를 논했습니다. 이 사안은 사도에게는 내적 고백이었지만, 예수님께는 외적 투쟁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 때도, 어떤 사람들은 율법의 잣대로 가부를 판단했습니다. 예수님의 치유는 그 자체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안식일 규정으로 예수님의 일을 판단하는 순간, 그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 합당하지 않은 일이 되고야 맙니다. 범죄를 막기 위해 규칙을 만들지만, 규칙이 만드는 죄도 있습니다. 죄가 생긴 자리에, 기쁨은 없습니다. 율법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율법만이 절대 기준이 된 세상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슬프다는 말입니다.
‘안식일에 바리사이의 집에서 예수님께서 수종 환자를 고치셨다. 그 집의 주인과 초대받은 이가 모두 함께 기뻐하며, 그를 끌어안고 함께 잔치를 벌였다.’ 이런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합당하냐?’ 하시던 질문도, ‘얼마나 좋으냐’로 바뀌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