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입당송
시편 38(37),22-23 참조
주님,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저의 하느님, 저를 멀리하지 마소서. 주님, 제 구원의 힘이시여, 어서 저를 도우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은총을 베푸시어 저희가 하느님을 합당히 섬기고 영원한 행복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달려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그들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15,14-21
14 나의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 자신도 선의로 가득하고
온갖 지식으로 충만할 뿐만 아니라 서로 타이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15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에 힘입어
여러분의 기억을 새롭게 하려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대담하게 썼습니다.
16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17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18 사실 다른 민족들이 순종하게 하시려고
그리스도께서 나를 통하여 이룩하신 일 외에는,
내가 감히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 일은 말과 행동으로,
19 표징과 이적의 힘으로, 하느님 영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예루살렘에서 일리리쿰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였습니다.
20 이와 같이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남이 닦아 놓은 기초 위에 집을 짓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21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에 관하여 전해 들은 적 없는 자들이 보고
그의 소문을 들어 본 적 없는 자들이 깨달으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8(97),1.2-3ㄱㄴ.3ㄷㄹ-4(◎ 2 참조)
◎ 주님은 당신 구원을 민족들의 눈앞에 드러내셨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복음 환호송
1요한 2,5 참조
◎ 알렐루야.
○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되리라.
◎ 알렐루야.
복음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4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5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6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사람들은 이 비유를 ‘약은 청지기(집사)의 비유’라고들 하더군요. 그동안 청지기만을 주목하셨다면, 오늘은 이 이야기를 ‘약은 집사를 고용한 부자의 비유’로 읽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부자는 재물을 관리하기 위해 청지기를 고용했습니다. 그가 재물을 낭비한다는 소리를 듣자 그를 불러 해고합니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말로는 이미 해고된 청지기는 계속해서 일을 합니다. 부자는 그것을 지켜봅니다. 사람들의 빚이 부정한 방식으로 탕감되었으므로, 부자는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청지기는 오히려 칭찬을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청지기는 얄밉고, 정작 우리를 난감하게 하는 것은 부자로 보입니다.
따져 보면 부자의 행동에는 일관된 면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물을 잃으면서, 재물로 엮인 사람들의 관계만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약아빠진 청지기를 꾸짖으면서도 곁에 두고 있습니다. 빚을 줄인 청지기를 칭찬합니다. 줄어든 빚만큼 사람들과 자신이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아름다운 루카 복음 15장(되찾은 양의 비유, 되찾은 은전의 비유,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를 난감하게 하는 부자의 행동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도 있겠습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제물을 거룩한 제사로 받아들이시어 저희에게 주님의 자비를 가득히 베풀어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6(15),11 참조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리이다.
<또는>
요한 6,57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살아 계신 아버지가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천상의 성사로 저희를 새롭게 하셨으니 저희에게 주님의 힘찬 능력을 드러내시어 주님께서 약속하신 은혜를 얻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루카 복음서 15장의 ‘되찾은 양, 되찾은 은전,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이어 16장에는 ‘약은 집사의 비유’가 등장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지요.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그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를 불러 더 이상 집사 일을 맡기지 않겠으니 일을 정리하라고 이릅니다.
‘낭비’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재물이나 시간 따위를 아껴 쓰지 않고 헛되이 헤프게 씀”이라고 나옵니다. ‘헤프게’ 쓰는 것이 낭비라는 점에는 많이들 동의하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헛되이’ 쓰는 것 또한 낭비라는 점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 말하는 낭비가 바로 헛되이 쓴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산 관리를 맡긴 주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주인의 목적에 맞지 않게 쓰는 것도 헛되이 쓰는 낭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자기의 재산을 맡긴 주인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집사는 빚진 이들을 하나하나 불러 그 빚을 줄여 줍니다. 그러자 주인이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여, 곧 집사 자리가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나중을 생각하여 주인의 것으로나마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 일은 무척이나 계산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의 뜻에 맞게, 곧 자비를 베푸는 데 재산을 썼기에 그가 칭찬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집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인께서 나에게 생명을 주신 까닭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인생은 사랑을 배워 오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이 아닐까요? 우리는 시간과 재물과 재능을 제대로 쓰고 있습니까?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