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성 대 레오 교황께서는 400년 무렵 에트루리아(현재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셨다. 440년 식스토 3세 교황의 뒤를 이은 성인은 행정 능력이 뛰어나셨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설교로도 유명하셨다. 성인은 온전한 신앙을 확고히 보존하시고 교회의 일치를 강력히 수호하시며, 이민족들의 침입을 격퇴하거나 무마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셨다. 재임 중인 451년에 열린 칼케돈 공의회에서는 에우티케스, 네스토리우스 등의 이단을 단죄하시고 정통 교회를 수호하셨다. 교회 안팎을 아우르는 많은 공로로 ‘대 교황’이라고 불리신 성인은 461년에 선종하셨다. 1754년 베네딕토 14세 교황께서 레오 교황을 시성하셨다.
입당송
집회 45,24 참조
주님은 그와 평화의 계약을 맺으시어, 백성을 다스리는 영원한 사제직을 주셨네.
본기도
하느님, 사도들의 반석 위에 세우신 교회를 저승의 세력도 결코 이기지 못하게 하셨으니 복된 레오 교황의 전구를 들으시어 교회를 하느님의 진리로 견고하게 하시며 언제나 평화로이 지켜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지혜는 다정한 영이고, 주님의 영은 온 세상에 충만하시다.>
▥ 지혜서의 시작입니다.1,1-7
1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
선량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분을 찾아라.
2 주님께서는 당신을 시험하지 않는 이들을 만나 주시고
당신을 불신하지 않는 이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다.
3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그분의 권능을 시험하는 자들은 어리석은 자로 드러난다.
4 지혜는 간악한 영혼 안으로 들지 않고
죄에 얽매인 육신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5 가르침을 주는 거룩한 영은 거짓을 피해 가고
미련한 생각을 꺼려 떠나가 버리며 불의가 다가옴을 수치스러워한다.
6 지혜는 다정한 영, 그러나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는 그 말에 책임을 지게 한다.
하느님께서 그의 속생각을 다 아시고 그의 마음을 샅샅이 들여다보시며
그의 말을 다 듣고 계시기 때문이다.
7 온 세상에 충만한 주님의 영은
만물을 총괄하는 존재로서 사람이 하는 말을 다 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39(138),1-3.4-6.7-8.9-10(◎ 24ㄴ 참조)
◎ 주님, 영원한 길로 저를 이끄소서.
○ 주님, 당신은 저를 살펴보시고 잘 아시나이다. 앉으나 서나 당신은 저를 아시고, 멀리서도 제 생각 알아차리시나이다. 길을 가도 누워 있어도 헤아리시니, 당신은 저의 길 모두 아시나이다. ◎
○ 제 말이 혀끝에 오르기도 전에, 주님, 당신은 이미 다 아시나이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저를 감싸 주시고, 제 위에 당신 손을 얹으시나이다. 너무나 신비한 당신의 예지, 저에게는 너무 높아 닿을 길 없나이다. ◎
○ 당신 숨결을 피해 어디로 가리이까? 당신 얼굴을 피해 어디로 달아나리이까? 하늘로 올라가도 거기 당신이 계시고, 저승에 누워도 거기 또한 계시나이다. ◎
○ 제가 새벽놀의 날개 달아, 바다 끝에 자리 잡아도, 거기서도 당신 손이 저를 이끄시고, 당신 오른손이 저를 붙드시나이다. ◎
복음 환호송
필리 2,15.16 참조
◎ 알렐루야.
○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도록 너희는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녀라.
◎ 알렐루야.
복음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1-6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
2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것보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
3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4 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5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6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집회 39,6-10)와 복음(마태 16,13-19)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작다곤 하나 겨자씨 또한 엄연한 씨앗이다. 각각의 씨앗은 우주를 담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제 가능성을 펼쳐 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고 있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제 것으로 알을 단단히 채운 겨자씨 이야기를 예수님께서는 즐겨 하셨고, 겨자씨가 자기 모습을 이루어 가는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를 느껴 보라고 초대하셨다.
오늘 복음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 겨자씨 이야기를 왜 하셨는지를 곱씹는다. 주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믿음을 키운다며 무언가를 더하고 보태고 쌓는 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 말이 긍정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예수님의 귀에는 달랐다. 주님께 믿는 이란, 가진 것이 아직 작고 부족하다고 탄식하며 집요하게 뭔가를 더 쌓아 올리려는 사람이 아니다. 하느님의 겨자씨로서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실현할 줄 아는 이다. 크고 작음의 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것을 귀하게 여기며 제 나름의 하느님 나라를 펼쳐 갈 수 있을 때 신앙인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
크고 위대하지 않아도 좋다. 각자의 삶을 오롯이 이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나약함을 지탱해 주는 형제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이에게 미소로 화답할 수 있기를, 친절한 이웃으로서 실천하는 따뜻한 행동들을 통해 어엿한 구원을 찾는 오늘 하루가 되길 기도해 본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교회를 인자로이 비추시어 어디서나 주님의 양 떼가 불어나게 하시고 목자들은 주님을 충실히 따라 주님 이름에 영광을 드리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16,16.18 참조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이 이르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양식으로 자라나는 교회를 인자로이 이끄시어 교회가 주님 사랑의 섭리로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온전한 신앙을 끝까지 간직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이번 한 주간 평일 독서로 지혜서를 읽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지혜서는 욥기, 잠언, 코헬렛, 집회서와 더불어 지혜 문학으로 분류됩니다.
이스라엘은 바빌론 유배에 이어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의 통치라는 역사를 경험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만나면서 이스라엘에는 그들만의 고유한 문학적 결실이 두 가지 생깁니다. 지혜 문학과 묵시 문학이지요. 그 가운데 지혜 문학은 중동의 여러 지역과 문화에서 발견되는데, 유다의 현자들은 주변 나라들의 지혜 문학에서 영향을 받았고, 반대로 그들의 저서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지혜 문학은 크게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단계에서는 주로 세상의 질서 파악에 집중합니다. 인간 행위에는 반드시 갚음(상벌)이 따르는데, 선과 악에 대한 갚음은 현세에서 이루어진다는 관점을 보입니다. 잠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제 삶은 이러한 현세의 인과응보와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문에 세상일이 원리 원칙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의 제기,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는 데 인간의 지혜로는 한계가 있다는 고백을 담은 두 번째 단계가 등장합니다. 욥기와 코헬렛이 대표적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의 능력으로는 지혜를 온전히 깨달을 수 없다는 한계에 맞닥뜨리고 마침내 현자들은 하느님을 만납니다. 이것이 지혜 문학의 세 번째 단계입니다. 인간의 지혜로 출발하였지만 결국 하느님의 계시로 돌아오게 된 것이지요. 주님에 대한 깊은 경외심 그리고 현세를 넘어 내세의 인과응보를 말하는 집회서와 지혜서가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의 지혜는 어디쯤 와 있습니까?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