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복음
							<그날에 사람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26-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28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29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30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31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32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33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3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5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6)·37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몇 해 전, 매일 같이 오가던 배가 기울고, 무심히 찾은 밤거리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재난은 언제나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더군요. 애초에 공간이 위험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익숙함 때문에 일상이 비틀어진 것일까요. 일상과 파국은 어울리지 않으나, 사실은 맞닿아 있습니다. 영원히 무탈할 것만 같았던 일상이 붕괴될 때 파국은 도래합니다.
파국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사고 팔고 심고 짓는’ 곳에서 벌어져 왔습니다. 파국이 일상을 찾아왔을 때, 일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거나 일상을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낱같은 가능성마저도 잃어버렸습니다. 앞선 파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걸까요.
파국의 날에 결말이 드러날 뿐이라면, 애초에 파국은 일상에 내재된 것인가요. 파국을 준비하거나 연습할 수도 있는 걸까요.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준비된 파국은 새로운 일상으로 건너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부활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