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6년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선포하셨다. 이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모범을 보여 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모든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와 연대,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일깨우고 촉구한다.
오늘의 전례
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며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만물의 시작이시고 마침이신 하느님께서 아드님의 살아 있는 성전에 온 인류를 모으십니다. 변하는 이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넘어 하느님 나라에 희망을 두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리라 굳게 믿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갑시다.
입당송
예레 29,11.12.1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재앙이 아니라 평화를 주노라. 나를 부르면 너희 기도를 들어 주고, 사로잡힌 너희를 모든 곳에서 데려오리라.
본기도
주 하느님, 저희를 도와주시어 언제나 모든 선의 근원이신 주님을 기쁜 마음으로 섬기며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너희에게 의로움의 태양이 떠오르리라.>
▥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19-20ㄴ
19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20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8(97),5-6.7-8.9(◎ 9 참조)
◎ 백성들을 올바르게 다스리러 주님이 오신다.
○ 비파 타며 주님께 찬미 노래 불러라. 비파에 가락 맞춰 노래 불러라. 쇠 나팔 뿔 나팔 소리에 맞춰, 임금이신 주님 앞에서 환성 올려라. ◎
○ 소리쳐라, 바다와 그 안에 가득 찬 것들, 누리와 그 안에 사는 것들. 강들은 손뼉 치고, 산들도 함께 환호하여라. ◎
○ 주님 앞에서 환호하여라. 세상을 다스리러 그분이 오신다. 그분은 누리를 의롭게, 백성들을 올바르게 다스리신다. ◎
제2독서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2서 말씀입니다.3,7-12
형제 여러분,
7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8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9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
여러분이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10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11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12 그러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루카 21,28 참조
◎ 알렐루야.
○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5-19
그때에 5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9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12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15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6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17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알지만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바보 취급을 받기도 하고 배척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라는 의문이 들겁니다. 이 의문은 신앙에 대한 의심과 무관심으로 연결되어 신앙생활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신앙에 대한 회의나 의심은 내가 제대로 살아왔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로 지쳐 갈 때쯤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 보호해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입니다. “인내로서 생명을 얻을 때까지”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보편지향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희망을 키우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힘쓰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분단의 세월을 지내 온 이 겨레에 은총을 주시어,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대화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소서.
3. 자살의 유혹을 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자살의 유혹을 받는 이들을 지켜 주시어,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도움과 관심과 사랑을 찾고, 생명의 소중함에 마음을 열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저희 가정 공동체를 주님의 은총으로 이끌어 주시어,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며 참행복과 생명의 가치를 실천하는 본보기가 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 바치는 이 예물을 굽어보시어 저희가 오롯이 주님을 사랑하며 살다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3 :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 구원>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의 무한한 영광을 보여 주셨으니 그리스도의 천주성으로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을 도와주시고 그 인성으로 저희를 죽음과 멸망에서 구원하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 앞에서 천사들의 군대가 영원히 기뻐하며 주님의 위엄을 흠숭하오니 저희도 환호하며 그들과 소리를 모아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73(72),28
저는 하느님 곁에 있어 행복하옵니다. 주 하느님을 피신처로 삼으리이다.
<또는>
마르 11,23.2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날이 오면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검불처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를 것이며, 그들은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인내로써 생명을 얻읍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하신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간절히 비오니 성자께서 당신 자신을 기억하여 거행하라 명하신 이 성사로 저희가 언제나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몇 년 전 교우들과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로(루카 16,19-31 참조) 복음 나눔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우 한 분이 이 둘의 관계를 ‘구원의 파트너’라고 하면서, 그렇지만 서로 그 구원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나눔을 하였습니다. 저도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라자로는 하느님께서 부자에게 보내신 구세주였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였던 라자로를 외면하였습니다.
부자가 라자로의 비참한 상황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주었다면, 라자로는 위로를 받고 부자는 이기적인 무관심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구원의 파트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외면하였습니다. 비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둘 사이에 커다란 구렁이 가로놓여 있다고 하면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한 결과가 얼마나 엄중한지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오늘 교회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냅니다. 2007년 농촌 지역의 자그마한 본당에 주임 신부로 있을 때였습니다. 11월에 추수 감사 미사를 드렸는데 들어온 곡식이 풍성하였고, 제대 앞을 온갖 곡식(쌀, 콩, 들깨 등)과 커다란 호박으로 꾸몄습니다. 헌금도 평소 주일 헌금의 세 배나 들어왔습니다. 그날의 헌금을 지역 내 무의탁 노인 시설과 장애인 시설에, 그리고 암으로 투병하시는 할머니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바로 우리 마음을 바꾸어 줄 예수님이라는 것을, 사람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만 배는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