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안드레아 둥락 성인은 1795년 베트남 박닌의 이교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823년 사제가 된 그는 베트남의 여러 지역에서 열정적으로 사목 활동을 펼쳤다. 1833년 박해가 시작되자 베트남 교회의 주요 인물이었던 그는 관헌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체포되어, 1839년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198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그를 비롯한 116명의 베트남 순교자들을 시성하셨다.
입당송
갈라 6,14; 1코린 1,18 참조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지 않으리라. 십자가의 말씀이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이다.
본기도
만물의 기원이시며 아버지이신 하느님, 복된 안드레아와 동료 순교자들이 피를 흘리기까지 성자의 십자가를 충실히 따르게 하셨으니 그들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가 하느님의 사랑을 형제들에게 전하며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만 한 사람이 없었다.>
▥ 다니엘 예언서의 시작입니다.1,1-6.8-20
1 유다 임금 여호야킴의 통치 제삼년에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쳐들어와서 예루살렘을 포위하였다.
2 주님께서는 유다 임금 여호야킴과 하느님의 집 기물 가운데 일부를
그의 손에 넘기셨다.
네부카드네자르는 그들을 신아르 땅, 자기 신의 집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기물들은 자기 신의 보물 창고에 넣었다.
3 그러고 나서 임금은 내시장 아스프나즈에게 분부하여,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왕족과 귀족 몇 사람을 데려오게 하였다.
4 그들은 아무런 흠도 없이 잘생기고,
온갖 지혜를 갖추고 지식을 쌓아 이해력을 지녔을뿐더러
왕궁에서 임금을 모실 능력이 있으며,
칼데아 문학과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5 임금은 그들이 날마다 먹을 궁중 음식과 술을 정해 주었다.
그렇게 세 해 동안 교육을 받은 뒤에 임금을 섬기게 하였다.
6 그들 가운데 유다의 자손으로는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가 있었다.
8 다니엘은 궁중 음식과 술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자기가 더럽혀지지 않게 해 달라고 내시장에게 간청하였다.
9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 내시장에게 호의와 동정을 받도록 해 주셨다.
10 내시장이 다니엘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 주군이신 임금님이 두렵다.
그분께서 너희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정하셨는데,
너희 얼굴이 너희 또래의 젊은이들보다 못한 것을 보시게 되면,
너희 때문에 임금님 앞에서 내 머리가 위태로워진다.”
11 그래서 다니엘이 감독관에게 청하였다.
그는 내시장이 다니엘과 하난야와 미사엘과 아자르야를 맡긴 사람이었다.
12 “부디 이 종들을 열흘 동안만 시험해 보십시오.
저희에게 채소를 주어 먹게 하시고 또 물만 마시게 해 주십시오.
13 그런 뒤에 궁중 음식을 먹는 젊은이들과 저희의 용모를 비교해 보시고,
이 종들을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14 감독관은 그 말대로 열흘 동안 그들을 시험해 보았다.
15 열흘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들이 궁중 음식을 먹는 어느 젊은이보다
용모가 더 좋고 살도 더 올라 있었다.
16 그래서 감독관은 그들이 먹어야 하는 음식과 술을 치우고 줄곧 채소만 주었다.
17 이 네 젊은이에게 하느님께서는 이해력을 주시고
모든 문학과 지혜에 능통하게 해 주셨다.
다니엘은 모든 환시와 꿈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18 젊은이들을 데려오도록 임금이 정한 때가 되자,
내시장은 그들을 네부카드네자르 앞으로 데려갔다.
19 임금이 그들과 이야기를 하여 보니, 그 모든 젊은이 가운데에서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만 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임금을 모시게 되었다.
20 그들에게 지혜나 예지에 관하여 어떠한 것을 물어보아도,
그들이 온 나라의 어느 요술사나 주술사보다 열 배나 더 낫다는 것을
임금은 알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다니 3,52ㄱ.52ㄷ.53.54.55.56(◎ 52ㄴ)
◎ 세세 대대에 찬송과 영광을 받으소서.
○ 주님,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
○ 영광스럽고 거룩하신 당신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
○ 거룩한 영광의 성전에서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 거룩한 어좌에서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 커룹 위에 앉으시어 깊은 곳을 살피시는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 하늘의 궁창에서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복음 환호송
마태 24,42.44 참조
◎ 알렐루야.
○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오리라.
◎ 알렐루야.
복음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4
그때에 1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계셨다.
2 그러다가 어떤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거기에 넣는 것을 보시고 3 이르셨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지혜 3,1-9)와 복음(마태 10,17-22)을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묵상
복음의 가난한 과부는 전 재산인 두 렙톤을 봉헌함으로써 완전한 빈손이 되어 하느님의 자비에 오롯이 의탁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뿐이랴 그의 봉헌은 성전의 운영과 구휼, 공동체와 이웃의 필요에 자신만의 몫을 보탠 행위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과부의 행위는 우리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당대의 가장 가난한 이였지만, 그는 적당히 재고 타협하여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자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온 마음과 온 힘, 온 뜻을 다해 사랑해 보고자 애쓴 사람이 오늘 복음의 과부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주님께서도 인정하신 율법의 가장 큰 계명을 실천하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물론 과부의 삶을 본받기는 쉽지 않다.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롯이 헌신하는가가 중요하다.’라는 명제를 눈앞에 두고서도, 나는 빠져나갈 핑계를 계속 찾고 있다. 언제쯤 ‘나는 부족해서, 가진 것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내려놓고, 내 온 마음과 온 뜻과 온 힘을 하느님 앞에 봉헌할 수 있을까. 저 가난한 과부의 신앙, 겨자씨만한 신앙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면 어떤 신앙보다도 클 테니 일단 시작해 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데….
예물 기도
거룩하신 아버지, 거룩한 순교자들의 수난을 공경하며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저희가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주님께 충실하며 저희 자신을 주님께서 기꺼워하시는 제물로 바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5,10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하나의 빵을 함께 나누고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한마음이 되고 끝까지 인내하여 영원한 상을 받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모습을 유심히 보시고는 말씀하십니다. 그 과부가 바친 헌금은 비록 액수는 적었지만, 부유한 어떤 사람보다도 더 많이 바친 것이었다고요. 다른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바쳤지만,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생활비를 송두리째 바쳤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가진 전부를 바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그들은 하느님께 참으로 감사하는 이들일 것입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사오리? 구원의 잔 받들고서 주님 이름 부르리라’(시편 116[114─115],12-13 참조). 어느 신부님의 서품 성구입니다. 갚을 길 없는 사랑과 은혜를 입었다면, 남은 삶도 하느님께서 보살펴 주신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면 내가 가진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것을 기꺼이 바친 이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작은 집 한 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재개발되어 보상금을 받았다면서 봉헌하고, 고생하며 꽃 농사를 짓던 부부는 그 일을 정리하면서 꽤 큰 액수를 봉헌하였습니다. 제가 늘 병자 영성체를 해 드리던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은 자신의 전 재산 가운데 절반을 교회에 흔쾌히 봉헌하였습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삶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깊은 회심 끝에 자신의 모든 자유와 기억과 지성,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가진 모든 것을 본디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받아 주십사 간청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주님의 사랑과 은총만을 겸손히 청하였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우리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을 다 바치고 겨울나무처럼 서 있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