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복음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29-33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29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30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31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32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33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이스라엘 사람들은 곳곳에 무화과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무화과나무는 어디서나 잘 자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그늘과 열매를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은 그 그늘에서 쉬고 어울리며, 그 열매로 허기를 달랬을 겁니다. 말하자면, 무화과나무는 일상 그 자체였던 셈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구약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무화과나무’에 비유하기를 즐겨 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나무를 들여다보라는 말씀은, 일상과 자신을 성찰하라는 말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까이 있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감수성을 요구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나무에 잎이 돋아나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벌어집니다. 하느님 나라와 같은 큰 이야기는 일상이라는 작은 이야기 안에 숨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무엇을 찾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나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의 언어로는 순례라고 하지요. 생각해 보면 순례는 집을 떠나 집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순례의 완성은 일상으로의 복귀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돌아온 그 자리, 익숙한 나무가 잎을 돋우는 그곳에서, 우리가 찾던 무언가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