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대림 제1주간 금요일
복음
<예수님을 믿는 눈먼 두 사람의 눈이 열렸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27-31
그때에 27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28 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자 그 눈먼 이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예, 주님!” 하고 대답하였다.
29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의 눈에 손을 대시며 이르셨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30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렸다.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게 조심하여라.” 하고 단단히 이르셨다.
31 그러나 그들은 나가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 지방에 두루 퍼뜨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책상에서 일어나 잠시 눈을 감고 좌우로 몇 바퀴를 돌아 몇 걸음을 걸어 보았습니다. 익숙한 공간에서도 원하는 곳으로 가기 어려웠습니다. 찾아야 할 무엇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지겠지요. 다시 책상에 앉아 복음을 마주하니. 예수님의 모습이 무척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만약 보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를 애타게 찾는다면, 예수님처럼 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의 외침을 듣고서도 계속 걸음하시더니 급기야 길에서 벗어나 집으로 들어가시기까지 합니다. 보지 못하는 사람을 대하시는 예수님의 태도는 무척이나 무정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소슬한 걸음을 내딛으며 기어이 예수님을 따라왔습니다. 그제야 예수님은 그들과 대화를 나누시고, 그들의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신앙의 어떤 단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미 그 과정을 마친 사람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그런 걸음을 통해, 우리는 신앙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다. 그 걸음은 주님조차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느 땐가 주님이 무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걸음을 포기하지 않을 때 마침내 ‘눈이 열려’ 걸음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겠지요. 신앙이란 그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