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주님 성탄 대축일 - 낮 미사
오늘의 전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이 세상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창조주께서 피조물이 되셨습니다. 가장 높으신 분께서 가장 낮은 이가 되셨습니다. 이 놀라운 강생의 신비로 우리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여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오늘을 경축합시다.
입당송
이사 9,5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라 불리리라.
본기도
하느님, 저희를 하느님의 모습으로 오묘히 창조하시고 더욱 오묘히 구원하셨으니 사람이 되신 성자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
제1독서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52,7-10
7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너의 하느님은 임금님이시다.” 하고 시온에게 말하는구나.
8 들어 보아라. 너의 파수꾼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다 함께 환성을 올린다.
주님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심을 그들은 직접 눈으로 본다.
9 예루살렘의 폐허들아,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10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니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8(97),1.2-3ㄱㄴ.3ㄷㄹ-4.5-6(◎ 3ㄷㄹ)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 비파 타며 주님께 찬미 노래 불러라. 비파에 가락 맞춰 노래 불러라. 쇠 나팔 뿔 나팔 소리에 맞춰, 임금이신 주님 앞에서 환성 올려라.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1-6
1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2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3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4 그분께서는 천사들보다 뛰어난 이름을 상속받으시어,
그만큼 그들보다 위대하게 되셨습니다.
5 하느님께서 천사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6 또 맏아드님을 저세상에 데리고 들어가실 때에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천사들은 모두 그에게 경배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거룩한 날이 우리에게 밝았네. 민족들아, 어서 와 주님을 경배하여라. 오늘 큰 빛이 땅 위에 내린다.
◎ 알렐루야.
복음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8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15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16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18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5.9-14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말씀이 사람이 되신 날, 우리는 말씀과 사람의 엄청난 간극에 놀라워합니다. 말씀, 곧 ‘로고스’는 당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리이자 모든 존재를 구성하는 근본이었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존재의 근본적 원리인 로고스는 예수님 인격 그 자체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한 ‘로고스’가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람’으로 번역한 ‘사륵스’는 ‘고깃덩어리’로 지칭되는, 그야말로 부정적이고 비천한 단어입니다. 사람을 고깃덩어리로 이해한다는 건, 너무나 치욕적인 행태이지요.
하느님이 고깃덩어리가 되셨다고 그분의 무한한 사랑을 기뻐하는 오늘, 우리는 다만 하느님의 ‘죽음’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적 권능을 지니신 분이 가장 천한 인간의 자리에 오신 것은 천한 인간을 거룩한 존재로 거듭나게 하신 것 이전에, 거룩하신 그분이 천함을 받아들이고 그 천함을 제 존재로 수용한 사실이 먼저였다는 것, 이것이 오늘 성탄에 우리가 묵묵히 고백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요.
보편지향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진리의 샘이신 주님, 구원의 길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교회가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며 세상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그들을 주님께 이끌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위로의 주님,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 겨레를 굽어살피시어, 세계 정치의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남과 북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아가게 하소서.
3. 새 영세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은총의 주님, 세례성사로 주님 안에서 새로 난 영세자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어, 변하지 않는 믿음으로 아기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가게 하소서.
4.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행복이신 주님, 저희 본당의 단체들을 굽어보시어,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체험하며 새 삶의 의미를 깨닫고, 모든 이가 화목하게 활동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예물 기도
주님, 오늘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여 거룩한 예배로 바치는 이 예물을 기꺼이 받아들이시어 주님 마음에 드는 완전한 화해의 제물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성탄 감사송 1 : 빛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로 저희 마음의 눈을 새롭게 밝혀 주시어 하느님을 눈으로 뵙고 알아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저희 마음을 이끌어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98(97),3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영성체 후 묵상
믿는 이들은 사람이 되신 말씀을 통하여 참된 영광을 보고 은총을 받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은 사람이 되시어 오신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어둠 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성체 안에서 참된 영광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러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믿음에 있습니다. 주님의 탄생을 경축하며 성체 안에 담긴 그분의 영광을 바라봅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오늘 태어나신 구세주께서 저희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주셨으니 저희가 불사불멸의 은혜도 받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요한 복음서 전체의 요약이라 하겠습니다. ‘로고스 찬가’로 알려진 이 서문은 창조 이전의 “한처음”(1,1.2)에서 시작하여 창조를 거쳐(1,3 참조) 여러 세기에 걸쳐 준비된 말씀의 육화 사건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1,14)라는 구절은 이 찬가의 핵심으로, 그리스 말을 그대로 옮기면 “말씀이 살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천막을 치셨다.”입니다. ‘살’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생생한 표현이자 피조물로서의 특성을 가리키는 가장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라는 교리에는 익숙하지만, 그분의 몸이 우리의 몸처럼 피로를 느끼고 병에 걸릴 수 있으며, 죽을 몸이요 냄새가 날 수도 있고 더러워지기도 하는 살이라는 사실에는 당혹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육화의 진실입니다.
육화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긍정이요 사랑 고백이라고 신학자 칼 라너는 말합니다. “‘영원이신 분’이 ‘시간’이 되셨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세상의 모든 현실에 대한 마지막 설명이신 분이 육신이 되셨다. …… 하느님께서 당신의 마지막 말씀, 가장 아름답고 가장 깊은 말씀을 세상에 보내셨다. …… 바로 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의 한 부분이 되어 오시면서 하시는 말씀, ‘세상아, 너를 사랑한다, 사람아, 너를 사랑한다. 바오로야, 데레사야,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하기에 너와 같이 되었다. 네가 되었다. 너의 그 비참함, …… 너의 죽을 운명까지도 나의 것으로 삼아 너와 일치되고 싶었다’”(『소 전례력, 기도의 길』, 15-16). 이는 믿기 어렵지만 사실입니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