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요한 사도는 열두 사도 가운데 한 명이다. 어부 출신인 그는 제베대오의 아들로, 야고보 사도의 동생이다. 두 형제는 호숫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다가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고 제자가 되었다. 요한 사도는 성경에서 여러 차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로 표현되며, 예수님의 주요 사건에 함께하였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성모님을 맡기셨다. 전승에 따르면, 요한 사도는 스승을 증언하였다는 이유로 유배 생활을 하였고, 그 뒤 에페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입당송
만찬 때 주님 품에 기대어 있던 요한, 천상 비밀을 계시받은 복된 사도, 생명의 말씀을 온 세상에 전파하였네.
본기도
하느님, 복된 요한 사도를 통하여 말씀의 심오한 신비를 계시하셨으니 저희에게 슬기를 주시어 생명의 말씀을 깨닫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 요한 1서의 시작입니다.1,1-4
사랑하는 여러분, 1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2 그 생명이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그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3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친교는 아버지와 또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나누는 것입니다.
4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이 글을 씁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7(96),1-2.5-6.11-12(◎ 12ㄱ)
◎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 주님은 임금이시다. 땅은 즐거워하고, 수많은 섬들도 기뻐하여라. 흰 구름 먹구름 그분을 둘러싸고, 정의와 공정은 그분 어좌의 바탕이라네. ◎
○ 주님 앞에서 산들이 밀초처럼 녹아내리네. 주님 앞에서 온 땅이 녹아내리네. 하늘은 그분 의로움을 널리 알리고, 만백성 그분 영광을 우러러보네. ◎
○ 의인에게는 빛이 내리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쏟아진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 찬송하여라.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찬미하나이다, 주 하느님. 주님이신 하느님을 찬양하나이다. 영광에 빛나는 사도들의 모임이 주님을 기리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2-8
주간 첫날, 마리아 막달레나는 2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4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5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6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7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8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님의 무덤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다급히 베드로와 다른 한 제자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무덤이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믿게 됩니다. 이처럼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뵙기도 전에, 빈 무덤을 통해서 그분의 부활을 확신하게 됩니다. 사실 무덤이 비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분의 부활을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포와 그분의 얼굴을 쌌던 수건이 개켜져 있는 것을 봅니다. 이를 통해 누군가가 그분의 시신을 꺼내 간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부활하셨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빈 무덤,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 그리고 아마포와 수건, 제자들이 보고 있는 이 광경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들이 주님의 부활을 체험하고 맞이해야 하는 조건들과 유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부활 체험은 강렬하고 직접적인 그분의 현현보다는 일상에서 간접적으로 체험되어지는, 마치 아마포와 개켜진 수건처럼 우리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빈 무덤의 광경은 우리 모두에게 열린 가능성과 질문을 제공합니다. ‘우리 눈에는 아마포와 개켜진 수건이 보이는가?’ ‘이를 통해 무엇을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예물 기도
주님, 주님께 봉헌하는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고 거룩한 만찬에서 복된 요한 사도에게 계시하신 영원한 말씀의 신비를 저희가 이 성찬의 잔치에서 깨닫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성탄 감사송 1 : 빛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로 저희 마음의 눈을 새롭게 밝혀 주시어 하느님을 눈으로 뵙고 알아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저희 마음을 이끌어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14.16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가 거행한 이 성사의 신비로 복된 요한 사도가 선포한 분, 사람이 되신 말씀께서 언제나 저희 안에 머무르시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성탄 팔일 축제 기간의 전례에는 예수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나옵니다.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26일),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28일), 성 토마스 베케트 주교 순교자(29일)이지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자 태어나신 분 때문에 생명을 빼앗긴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얼핏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참생명이 무엇인지 묵상하게 합니다.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인 오늘, 복음은 요한 사도를 엊그제 태어나신 주님의 무덤으로 데려갑니다. 무덤과 수의가 아기 예수의 탄생과 상관이 있을까요? 상관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고자 태어나셨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당신 몸을 먹이시고 생명을 주십니다.
이것은 아기 예수님께서 짐승의 밥그릇인 구유에 누이셨다는 사실에 담긴 하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누이신 구유는 죽은 이를 넣는 관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동방 교회의 성탄 이콘 가운데 루블료프의 성화에서는 아기가 누워 있는 구유가 마치 작은 관처럼 보이는데 그 관은 저승처럼 깊은 어둠 속에 놓여 있지요. 아기의 옷 또한 신생아의 배내옷이라기보다 시신을 싼 수의처럼 보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위하여 태어나셨고, 우리를 살리시려고 돌아가셨음을 표현합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무덤에 가장 먼저 도착하였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나타나셨을 때 그분을 가장 먼저 알아볼(요한 21,7 참조) 만큼 그분과 특별한 관계를 누렸던 요한 성인은 이 모든 진리의 생생한 증인입니다(1요한 1,1 참조). 주님께서 가르치신 ‘사랑’을 끝까지 증언한 사랑의 성 요한 사도의 말을 새겨들읍시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