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입당송
요한 3,16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하느님의 눈부신 빛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혀 주셨으니 저희를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외아드님의 영광스러운 탄생을 저희가 한목소리로 찬미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
제1독서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릅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2,3-11
사랑하는 여러분, 3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4 “나는 그분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5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6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7 사랑하는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이 아니라,
여러분이 처음부터 지녀 온 옛 계명입니다.
이 옛 계명은 여러분이 들은 그 말씀입니다.
8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도 또 여러분에게도 참된 사실입니다.
어둠이 지나가고 이미 참빛이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9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10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11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6(95),1-2ㄱ.2ㄴ-3.5ㄴ-6(◎ 11ㄱ)
◎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여라.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주님께 노래하여라, 온 세상아.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 이름 찬미하여라. ◎
○ 나날이 선포하여라, 그분의 구원을. 전하여라, 겨레들에게 그분의 영광을, 모든 민족들에게 그분의 기적을. ◎
○ 주님은 하늘을 지으셨네. 존귀와 위엄이 그분 앞에 있고, 권능과 영화가 그분 성소에 있네. ◎
복음 환호송
루카 2,32 참조
◎ 알렐루야.
○ 그리스도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요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시네.
◎ 알렐루야.
복음
<그리스도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십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22-35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시메온의 노래는 역사의 역설을 보여 준다. 시메온은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 구원의 완성이라며 큰 찬미 찬송을 드리지만 동시에 바로 그 일 때문에 반대와 박해를 받으실 것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기쁜 소식인 예수님이, 누군가에게는 선명한 반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실 ‘바로 그 일 때문에’ 말이다. 사실 그렇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 전하는 일 따로, 사람들에게 비판받을 일 따로, 두 종류의 일을 하신 것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아픈 이들을 치유한 바로 그 일 때문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리셨다. 그 모든 일을 구원이 아닌 위협으로 받아들인 이들의 손에 의해 그렇게 되셨다.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복음의 기쁨은 더없이 큰 것이지만, 분명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한다.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이 반대를 낳는다. 일상 속 작은 습관을 바꿔 보려는 노력이 크고 작은 고단함을 빚어낸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저, 지금 내게 기쁨도 주고 괴로움도 주는 이 일들이 하느님의 크신 계획 안에서 언젠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드러나리라고 믿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걸어갈 우리 각자의 길을 응원한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놀라운 교환의 신비를 이루시어 주님께 받은 것을 바치는 저희가 주님을 합당히 모시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성탄 감사송 1 : 빛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로 저희 마음의 눈을 새롭게 밝혀 주시어 하느님을 눈으로 뵙고 알아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저희 마음을 이끌어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또는>
<주님 성탄 감사송 2 : 강생으로 온 세상이 새로워짐>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성탄을 경축하는 오늘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보이는 인간으로 나타나시고 영원하신 분께서 이제는 이 세상에 들어오셨나이다.
그분께서는 타락한 만물을 당신 안에 일으키시어 온전히 회복시키시고 버림받은 인류를 하늘 나라로 다시 불러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루카 1,78
우리 하느님이 크신 자비를 베푸시니, 떠오르는 태양이 높은 데서 우리를 찾아오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거룩하고 신비로운 이 성사의 힘으로 언제나 저희 생명을 보호하여 주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의 이야기가 성가정 축일인 어제 복음의 이집트 피난보다 시간 순서로는 앞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부부는 율법에 따라 아기가 태어난 지 40일이 지난 뒤 제물과 맏아들을 봉헌하고자 예루살렘의 성전을 찾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저 율법에 따라 봉헌한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일찍이 말라키 예언자는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너희가 좋아하는 계약의 사자, 보라, 그가 온다.”(3,1)라는 말로 구원자가 성전에 오실 것을 예언하였습니다.
성전에서 부부는 한 노인을 만나는데 루카 복음사가가 그를 소개할 때 ‘성령’을 세 번이나 이야기할 만큼 성령으로 충만한 시메온입니다. 그는 내일 복음에서 보게 될 한나와 함께 구원자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백성이 수 세기에 걸쳐 기다리던 구원자가 드디어 성전에 오시어 처음 당신 백성을 만나는 일종의 상견례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동방 교회의 전통을 따라 이 이야기를 “만남의 축제”(2014년 2월 2일 강론)라고 부르십니다. 예수님과 당신 백성의 만남, 젊은이들(마리아와 요셉)과 노인들(시메온과 한나)의 만남이 이루어지니까요.
아기 예수님을 안고 걸어가시는 성모님의 모습을 그려 봅시다. 성모님께서는 아기 예수님께서 당신 백성을 만나시도록 그분을 성전으로 이끄십니다. 그러나 사실은 예수님께서 성모님보다 앞서가십니다. 노인 시메온이 아기를 팔에 안지만 사실 그를 이끄시는 분은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젊은 어머니 마리아와 나이 든 시메온을 이끄시는 분은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그 아기가 우리도 이끌어 주시기를 청합시다.
(국춘심 방그라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