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부활 제2주간 월요일
복음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8
1 바리사이 가운데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이었다.
2 그 사람이 밤에 예수님께 와서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면,
당신께서 일으키시는 그러한 표징들을 아무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4 니코데모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5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6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7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내가 말하였다고 놀라지 마라.
8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로마의 시내를 걷다 보면, 이따금씩 종이 지도를 펼치고서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구글맵이 일상화되면서 해외여행에서도 길을 잃는 일이 비일상이 된 요즘, 종이 지도로 여행하는 일은 꽤나 낭만적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묻기도 하고, 얽히고설킨 골목길의 미로 속에 길을 잃기도 하면서 뜻밖의 멋진 사람, 뜻밖의 멋진 장소를 마주치게 됩니다.
마치 구글맵을 켜 놓은 것처럼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 삶의 궤적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좀 덜 힘들고, 좀 덜 상처받으면서 살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내 삶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최대한 길을 잃지 않고 도달하고 싶은 건 과한 욕심일까요?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을 보급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는 예수 성심의 심연에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릴 것을 제안합니다. 사실 하느님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선하신 분이며, 그분의 계획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완전한 것입니다. 우리 삶은 이미 하느님의 그 완전하고 선한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건 내 삶에 대한 계획과 판단을 잠시 보류하는 것, 하느님께 내 삶의 길을 완전히 맡겨 드리는 것, 성령의 바람이 어디로 불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입니다. 길을 잃을 용기 안에서만 “우연”이란 이름으로 하느님 현존을 불현듯 체험하게 되며, 그때 느끼는 마음의 평화야말로 성령 안에서 다시 태어난 표징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