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해마다 5월의 첫 주일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죽음의 문화’의 위험성을 깨우치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생명 주일’이다. 한국 교회는 1995년부터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지내 오다가, 주교회의 2011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이를 ‘생명 주일’로 바꾸며 5월의 첫 주일로 옮겼다. 교회가 이 땅에 더욱 적극적으로 ‘생명의 문화’를 이루어 나가자는 데 생명 주일을 지내는 뜻이 있다.
오늘의 전례
오늘은 부활 제5주일이며 생명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당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보여 주시고 무엇이 참된 삶인지를 깨닫게 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길을 성실히 걸어갈 때 우리는 진리를 깨닫고 생명과 축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입당송
시편 98(97),1-2 참조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주님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 드러내셨네. 알렐루야.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언제나 저희 안에 파스카 성사를 이루시어 거룩한 세례로 새로 난 저희가 하느님의 도우심과 보호로 이 세상에서 믿음의 열매를 맺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얻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성령이 충만한 사람 일곱을 뽑았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6,1-7
1 그 무렵 제자들이 점점 늘어나자,
그리스계 유다인들이 히브리계 유다인들에게 불평을 터뜨리게 되었다.
그들의 과부들이 매일 배급을 받을 때에 홀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2 그래서 열두 사도가 제자들의 공동체를 불러 모아 말하였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3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4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5 이 말에 온 공동체가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인 스테파노,
그리고 필리포스, 프로코로스, 니카노르, 티몬, 파르메나스,
또 유다교로 개종한 안티오키아 출신 니콜라오스를 뽑아,
6 사도들 앞에 세웠다. 사도들은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였다.
7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 예루살렘 제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사제들의 큰 무리도 믿음을 받아들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33(32),1-2.4-5.18-19(◎ 22 참조)
◎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자애를 베푸소서.
또는
◎ 알렐루야.
○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올곧은 이에게는 찬양이 어울린다. 비파 타며 주님을 찬송하고, 열 줄 수금으로 찬미 노래 불러라. ◎
○ 주님의 말씀은 바르고, 그 하신 일 모두 진실하다. 주님은 정의와 공정을 좋아하시네. 그분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 ◎
○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 건지시고, 굶주릴 때 살리려 하심이네. ◎
제2독서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입니다.>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2,4-9
사랑하는 여러분, 4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이십니다.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된 값진 돌이십니다.
5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
6 그래서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 내가 시온에 돌을 놓는다. 선택된 값진 모퉁잇돌이다.
이 돌을 믿는 이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7 그러므로 믿는 여러분에게는 이 돌이 값진 것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하는 그 돌이며,
8 또한 “차여 넘어지게 하는 돌과 걸려 비틀거리게 하는 바위”입니다.
그들은 정해진 대로,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 그 돌에 차여 넘어집니다.
9 그러나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당신의 놀라운 빛 속으로 이끌어 주신 분의 “위업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요한 14,6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 알렐루야.
복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1-1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2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3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4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5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6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7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8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9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10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11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12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교회는 세상 밖에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세상 안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앙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렇기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갈등이 없으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기도 하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관계가 돈독해집니다. 갈등을 무조건 피하기 보다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용기가 필요하지요. 교회는 지킬 것은 확고하게 지키되 갈등의 상황에서 신앙과 세상의 방식을 유연하게 조화시키며 하느님을 드러내는 공동체입니다.
초대 교회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으로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기에 궁핍한 사람이 없었습니다.(사도 4,32.34) 행복의 가치가 소유보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갈등의 흔적을 기록합니다. “배급을 받을 때에 홀대를 받았기 때문이다.”(사도 6,1) 분배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갈등의 상황에서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 봉사에 집중하고, 일곱 부제를 뽑아 그들에게 봉사의 직무를 맡깁니다. 영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도들의 모습을 마음에 담아 일상에서 마주하는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가는 교회의 구성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편지향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창조주이신 주님, 주님의 창조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끌어 식량 낭비를 줄이고, 모든 사람이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게 하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샘이신 주님, 전쟁과 침략의 위협으로 불안한 이 세계를 굽어보시어, 국가적 이익을 넘어 인류 전체의 고통을 살피며 참된 평화를 이루도록 이끌어 주소서.
3. 생명 주일을 맞아, 생명 수호 봉사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이신 주님, 이 땅의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하여 애쓰는 이들을 지켜 주시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치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생명의 지킴이가 되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스승이신 주님,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을 돌보아 주시어, 성가정의 모범을 본받아 언제나 기도하며, 거룩하고 참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소서.
예물 기도
하느님, 이 거룩한 교환의 제사로 한 분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과 저희를 하나 되게 하셨으니 저희가 거룩한 진리를 깨닫고 삶으로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부활 감사송 1 : 파스카의 신비>
주님, 언제나 주님을 찬송함이 마땅하오나 특히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위하여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5,1.5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당신께서 하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늘 무섭고 두려운 존재입니다. 그분의 사랑과 자비보다 심판과 벌을 먼저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합니까? 우리도 신앙생활을 두렵고 힘들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께 믿음의 깨달음을 달라고 청해야겠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신비의 은총으로 저희를 가득 채워 주셨으니 자비로이 도와주시어 저희가 옛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느님 아버지께 가서 그들이 머물 곳을 마련하고 꼭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런데 필립보가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고 하자, 예수님께서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요한 14,9)이며,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14,10)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미 아버지가 아들 안에 계시고, 아들이 아버지 안에 계시는데, 어떻게 하느님께 가셨다가, 다시 우리를 데리러 오신다는 말씀이실까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의 첫사랑인 제니는 가정 폭력으로 상처받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돌다가 세월이 지나서야 주인공 포레스트에게 돌아옵니다. 포레스트는 두려움에 대하여 말하는 제니에게 달리기로 미국을 돌면서 본 애리조나의 아름다운 장면을 전해 줍니다. 그러자 제니가 말합니다. “나도 거기 너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포레스트는 대답합니다. “너는 나와 함께 있었어.”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 하느님의 관계가 바로 이러합니다. 떠나지만 언제나 다시 돌아오고, 그런 관계 속에서 아드님 안에 아버지께서 계시고 아버지 안에 아드님께서 계십니다.
요양 병원에 병자 봉성체를 갔을 때, 한때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던 이들도 돈도 명예도 다 남겨 두고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간다는 것과 우리는 하느님과 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세상이 우리를 속이고 실망시키더라도, 마음이 산란해지지 맙시다. 결국 우리는 이 긴 여행을 마치고 모두 아버지께 돌아갈 것입니다.
(권순호 알베르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