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성령 강림 대축일
복음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19-23
19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
21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22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제자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스승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자, 세상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올까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굳게 닫힌 문처럼 그들의 마음도 잠금장치로 가득했고 변화되지 않은 채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그 악조건을 뛰어넘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당신의 숨을 제자들에게 불어넣어 주십니다. 이 모습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그럼에도 문밖의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해의 공포도, 불확실한 미래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령의 숨결은 문 안의 제자들을 흔들어 놓습니다. 두려움이 결연한 용기로, 침묵이 복음 선포의 결기로 바뀌게 되지요. 그렇게 교회는 탄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제자들의 삶은 더 험난해졌지만 닫힌 방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자기 안에 들어온 성령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지요. 성령 강림은 과거의 한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펼쳐지는 삶의 결이 바뀌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