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복음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2-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2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15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6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17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 묵상
믿었던 사람에게서 돌아오는 차가운 눈빛은 낯선 이의 모욕보다 많이 아프다. 나를 알던 사람이 나를 버릴 때, 우리는 분노보다 서글픔이 앞선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까운 이들의 배신과 죽음까지 예고하시면서,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으리라고 말씀하신다.
이 약속은 육체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조차 하느님의 생명을 끝내 빼앗지는 못한다는 구원의 약속이다. 루카는 박해의 시간을 ‘증언할 기회’로 제시한다. 세상이 우리의 말을 막는 자리에서도 주님께서는 당신을 드러낼 언변과 지혜를 주신다는 것. 그러므로 인내는 이를 악물고 혼자 견디는 능력이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도 나를 버리지 않으시는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믿음이다. 간혹 믿음은 울면서 도움을 청하는 간절함으로, 상처받고도 다른 이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손길로 드러난다. 우리가 강해서 생명을 얻는 것이 아니다. 약해진 우리를 끝까지 붙드시는 주님 안에서, 미움과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 덕분에 믿음은 그야말로 살아내는 것 자체로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