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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최우선시하는 삶 (선교수녀연합회 연수 파견미사 강론)
   2023/09/27  15:16

선교수녀연합회 연수 파견미사

 

2023. 09. 26. 한티피정의 집

 

우리 대구교구 내 본당이나 특수 사목지에서 사도직을 수행하시는 여러 수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교구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친교의 해’를 살아가는데 사실 친교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수녀님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친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에 교구 평신도 임원들과 성지순례를 갔는데 관광버스 안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고 견디는 것이다. 광고 문의 : 버스 기사 전화 000-0000’

저는 이 문구를 보면서 버스 기사님이 광고 수주를 받으려는 의도 같은데 왜 결혼생활의 어려움에 대하여 언급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말 속에 들어있는 의미가 대단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결혼생활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성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며 살아왔던 배경도 다른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끊임없는 인내와 포용과 자기 증여와 헌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수녀님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수도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에 친교의 좋은 모델을 이루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개개인의 사람이 모인 공동체이기에 늘 깨어 있으면서 친교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제1독서로 에즈라기를 봉독했습니다. 느헤미야기와 마찬가지로 에즈라기는 예루살렘 성전 재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가 바빌론 제국을 멸망시키고 난 뒤 유대인들이 자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유배생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이 폐허가 된 예루살렘에 성전을 다시 짓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입니다. 재정도 부족하고 방해 세력도 있고 지방 장관들의 비협조 때문에 수년이 지나도 잘 진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봉독한 부분은 새로운 페르시아 임금 다리우스 왕이 지방 관리들에게 ‘하느님의 집 공사가 계속되게 하여라.’고 하며 다시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성전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성전 봉헌식을 올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유배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하느님의 집을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그들 신앙의 중심이었고 그들에게 있어서 신앙은 그들 삶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회개한 후에 마음에 가장 먼저 들려왔던 하느님의 목소리는 ‘무너진 성 다미아노 성당을 다시 세워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성당 건물을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를 재건하라는 것이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라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친밀하고 순수한 관계로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우리에게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말씀입니다. 혈연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청빈, 정결, 순명이라는 복음삼덕에 대한 많은 강의와 훈화를 듣기도 하고 묵상도 합니다. 그러나 그 정신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복음삼덕을 실제로 살아야 합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나 성 샤를르 드 푸코나 성녀 데레사 같은 분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복음삼덕을 몸으로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주에 예수회의 최시영 신부님의 지도로 이곳 한티에서 사제 피정이 있었는데 저도 참여하였습니다.

최 신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느 신학생이 수원 말씀의 집에서 하는 ‘성 이냐시오 영성수련’에 들어와서 질문하기를, ‘교구 사제는 청빈을 서원하지 않는데, 지켜야 하는지, 지키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 신부님이 대답하기를, ‘복음삼덕을 서원하든 서원하지 않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먼저 생각하는 삶, 하느님을 최우선시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편의주의에 알게 모르게 물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늘 자신을 살피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성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순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며 깨어 있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