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두 눈을 감고도 보는 사람(사순 제4주일) |
2008/02/29 8:53 |
두 눈을 감고도 보는 사람(요한 9,1-41)
장님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거나 죽을 때까지 꼭 기억하고 싶은 얼굴은
자기 자녀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부모님이나
이 세상의 모습일 것이다.
육안을 뜨게 해주신 예수님의 은혜는
장님들에게는 굉장한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눈을 뜨고도
남의 장점을 보지 않고 단점만 찾아낸다면,
이웃의 말 못할 고민을 간파해내어 위로하지 않는다면,
눈을 뜬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시력을 회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선물은
마음의 눈, 믿음의 눈을 떠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살 수 있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하느님과 이웃의 신비, 진리, 순수, 믿음, 사랑, 희망, 용서,
고통 속의 기쁨, 음악 한 곡 들,
삶의 본질적인 것은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
또한 죽은 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은
믿음의 눈이다.
“예수님이 시각 장애인을 고쳐주신 기적은
그의 육안만 뜨게 해주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의 눈을 떠서
하느님이 우리 각자와 동고동락하고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시는 분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 기적은
이웃이 내 행복과 생명에 필요한 사람임을 깨닫게 해준다.”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160쪽).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께 가 있지 않으면,
우리는 그분이 우리를 지어내고 생명을 베풀며
행복하게 하시는 분임을 알 수 없다.
마음이 없으면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보아도
가족이나 친구로 보이지 않고 남으로 보이는 법이다.
욕망에 눈이 어두워지고,
황금가루에 눈이 먼다.
질투는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한 개의 눈도 올바로 보지 못한다.
또한 사람은 아는 것만큼 볼 수 있다.
하느님과 이웃의 사고방식, 성격, 가치관, 사상 들을
아는 것만큼 하느님과 이웃의 신비를 볼 수 있다.
하느님과 이웃을 참으로 알기 위해서는
온 실존을 다해 함께 살아야 한다.
그래야 온 실존이 밝은 빛이 된다.
“속에 빛이 있으면 밖은 저절로 빛나는 법이다”
(Albert Schweitzer).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
마음이 있어도 느끼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는 것이
각자가 이 세상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볼 수는 없다”(공자).
참고도서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6월 출간예정, 연중 제30주일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