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들의 명복을 빌며...>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10월 11일로 선종 7주기를 맞이한 고 민요셉신부님의 묵상글을 얼마 전에 인터넷에 올렸다가 저는 저의 글에 댓글을 단 아주 반가운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대구에 사는 박 모 형제인데 저와 나이가 동갑이었으며 또 고 민요셉신부님과 수도회 수련동기생인 동시에 견진대자였습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약속을 하고 오늘 드디어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면서 고 민요셉신부님에 관한 추억과 일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자기 가족, 형제, 자매들도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다 저는 10여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에 간 동생 마태오 이야기를 꺼내다 울컥 했고 그분은 약 5년 전에 선종한 동생 수녀이야기를 하다가 울컥 했답니다.

 아무튼 대구 남산동의 가톨릭 성직자묘지 입구에 새겨져 있는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말처럼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 형제자매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도 잘 준비하며 살다가 하늘나라에서 그들과 기쁜 상봉을 하기를 기대하며 지난 2001년에 쓴 저의 글 ‘하얀 눈이 된 동생’과 위령성월인 11월에 영화피정으로 아주 적격인 미국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하얀 눈이 된 동생 >

 2001년 성탄절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저의 동생 마태오가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당시 로마에 있었던 저는 서둘러 귀국하여 간신히 동생의 장례미사 전에는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먼저 떠나간 저의 동생이 아쉬운지 동생의 초등학교 친구들이 병원 장례식장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구 효성초등학교 50회 동기회 회장의 말로는 그 어떤 동기회 모임보다 더 많은 동기들이 모였다고 했습니다.

 저의 동생 마태오는 저희 7남매( 9년 사이에 3남 4녀)중에서 가장 착하고 똑똑하여 마치 샛별과도 같은 동생이었습니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마태오는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늘 일정한 시간이 되면 대구 남산동에 있는 성모당과 그곳에 성직자 묘지에 가서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마태오의 지속적인 기도는 30년간 그가 죽기 전까지도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이상주의자였던지, 고 3 때 문을 두드렸던 모 수도회, 그리고 입학했던 모 신학대학, 그리고 일반대학의 대학생 때 관심을 보였던 노동자 인권문제등의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알콜중독 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40세의 나이로 먼저 영원한 이상향인 하늘나라를 향해 기어코 떠나고야 말았습니다. 저의 동생은 ‘가장 완전하다는 항공기(교회, 사회등...)에서도 가끔 무선항법장치가 고장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화장후 뜨거운 하얀 재가 된 동생 마태오의 유골을 아버님의 무덤가에 뿌리면서, 동생 마태오가 성탄의 하얀 눈이 되었다는 것과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하고 떠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해마다 성탄절에 하얀 눈을 기다리게 될까요? 그것은 하얀 눈은 모든 것을 사랑과 용서로 덮어주는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 펄펄 내리는 함박눈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무한한 자비와 축복,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느님 아버지는 우리 죄인들을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을 아기 예수님의 모습으로 감옥과도 같은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주님, 저의 동생 마태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그리고 동생 마태오는 당신과 함께 죽었으니, 당신과 함께 부활하리라 믿나이다. 그리고 주님, 저를 씻어 주소서. 눈보다 더 희게 되리이다. 아멘.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

 대도시에서 살며 이른바 잘 나가는 건축가인 중년의 잭(숀 펜 분). 그는 늘 같은 꿈을 꾸며 또 눈을 뜬다. 그것은 그가 19살 때 불의의 사고로 죽은 어린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한 잭은 문득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린다.

 미국 텍사스의 어느 시골마을,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 분)과 아내(제시카 차스테인 분)는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그런데 언제나 부드럽고 자애로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와 달리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아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맏아들인 잭은 이런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주 부딪히게 되고 또 두 사람 사이엔 어느새 미움과 분노가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중년이 된 잭(숀 펜)은 ‘자신의 성장시기에 겪었던 아픔과 고통이 씨앗이 되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생명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큰 사랑과 생명의 나무가 되었고 또 절대자 하느님께 고통, 죽음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질문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동안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즉 부모님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모든 죽은 이들이 생명의 바닷가에서 상봉하는 것을 보게 된다...

                         <말씀에 접지하기 ; 요한 13, 34 >

            (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