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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배싱)
   2015/01/25  18:34
 배싱.jpg


주: 연일 전세계를 공포와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IS가 최근에 일본인 인질 1명을 살해하고 "남은 1명과 요르단에 수감된 여자 테러리스트와 맞교환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하자 일본에서는 "자국민들이 왜 위험한 시리아에 겁도 없이 들어가 나라망신을 주고 있느냐?"라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일 눈물로 아들의 무사귀환을 호소하고 있는 남은 인질의 어머니 목소리가 그들의 비난소리에 묻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난 2007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십자가를 안테나로!
 이발소에서 이발중에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반군인 탈레반이 그곳에서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을 하던 20여명의 한국 젊은이들을 납치했다’는 텔레비전 뉴스 속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은 채 잠시 기도를 하며 그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이발사 아저씨는 “젊은 것들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그 전쟁터에는 왜 가? 납치되어도 싸지...”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면도중이라 감히 이발사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항의를 하지 못하고 가만히 참고 있다가 이윽고 면도가 끝나자, “샴푸하셔야죠...”란 이발사의 말에 “어떻게 자식을 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저씨나 마음의 샴푸를 하세요!”라고 정중히 항의를 하며 머리도 감지 않고 돈을 주고 바로 이발소를 나와버렸습니다.

 아무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사가 갈리는 위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을 하던 우리의 젊은이들이 조속히 그리고 무사히 귀환되기를 바라며 중동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다 납치되었다가 일본에 무사귀환한 한 일본여성이 조국에서 겪는 뜻밖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그린 일본영화 ‘배싱’(Bashing)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배싱’>

   중동에서 자원 봉사를 하던 젊은 일본여성인 유코는 현지의 게릴라 집단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석방되어 일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유코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일반의 시선은 그들이 받아 마땅한 동정과는 거리가 먼 싸늘하고도 집요한 ‘집단적 멸시’를 보낸다. 즉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일본정부가 지불한 대가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 그들의 집단 따돌림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 근처 러브호텔에서 허드레일을 하던 유코는 결국 그곳에서도 해고를 당하고, 그녀의 아버지조차 30년 동안 근속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기에 이른다. 절망에 한숨짓던 아버지는 어느 날 조용히 세상을 하직한다. 유코의 유일한 의지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갑자기 그리게 된다. 즉 “인간이 인간을 분노로 대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 순 없을까...”하고. 마침내 그녀는 새 엄마에게 자신의 절박하고 힘든 심정을 털어놓고 다시 중동을 향한다...

  주: 2004년 봄, 미국을 위시한 서양 동맹국들과 이라크의 힘겨루기는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생포 이후 미국의 승리로 판가름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악의 순간은 종전 그 직후에 일어났다. 이라크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1차 공격 대상은 대개 미국인들이었지만 미국의 동맹국 자격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가한 일본과 한국도 이들에게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 4월, 이라크 현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3명의 일본인이 이라크 민병대로부터 납치됐다가 일본 정부의 힘겨운 외교 정책에 힘입어 무사히 석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의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의 통산 7번째 장편 극영화 <배싱 Bashing>은 바로 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 덕분에, 영화 <배싱>은 상영시간 내내 마치 TV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납치 사건을 제외하고는 극 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는 철저히 허구의 산물이다(극 중 이라크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없다). 유코 역의 우라베 후사코의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본능에 충실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2005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작이었음.

                                  <말씀에 접지하기; 마태 5, 9-11>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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