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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대구대교구 예비신학교 개학미사 강론)
   2018/03/20  12:46

대구대교구 예비신학교 개학미사

 

2018.3.18. 대신학원 성당

 

+ 찬미예수님. 대구 예비신학교 개학미사에 참석하신 예비신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예비신학교는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양성을 받기까지 미리 준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사랑이 넘치는 천지의 창조주로서 모든 피조물에게 자연적 선물을 주십니다. 곧 우리에게 날마다 새롭게 살아가도록 깨끗한 하루를 선물로 주시고, 햇볕과 바람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선물로 주시며, 우리의 존재와 생명을 선물로 주시고, 우리가 먹고 자고 입고 살아가도록 많은 선물을 주십니다. 자연적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답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인류의 구세주로서,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죄의 사슬에서 해방되어 초자연적 선물을 받으라고 부르십니다. 이 첫째 부르심에 응답하면 하느님 자녀가 되고, 초자연적 선물로, 성사의 은총, 성체와 성혈, 하느님의 현존과 말씀과 보살핌, 성령과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받습니다. 한편 초자연적 선물 중에, 사제나 수도자, 혹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도록 부르심을 주시는데, 우리는 이것을 둘째 부르심이라고 합니다. 이 둘째 부르심 곧 사제, 수도자, 혼인 생활의 부르심도 초자연적 선물이며, 원래 내 것이 아니고 주신 것이니 “감사합니다.”하고 응답해야 합니다.

 

오늘 여기 함께 모인 예비신학생들은 나중에 신학교를 졸업하면 사제가 되실 것인데, 사제가 어떤 사람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항님은 <현대의 사제 양성> 문헌, 4항에서 '사제의 역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사제는 엄중한 사제직을 받아 매일매일 신자들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제는 성찬례를 거행하고, 고해성사를 집전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나누어주고, 모든 영혼을 위로하며, 오늘날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어려운 순간을 맞은 신자들을 이끌어주는 이들입니다.'하고 말합니다. 결국 이 문헌은 예수님께서 당신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하신 말씀을 반영하고 있기에, 사제는 예수님의 삶을 평생토록 살아가면서 예수님처럼 사람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이들임을 밝힙니다.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미리 예비 신자 과정을 통해 준비하는 것처럼, 성품 성사를 받고 부제, 그리고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신학교에서 양성을 받아야 합니다. 신학교에서 받는 인성적 양성, 지성적 양성, 영성적 양성, 사목적 양성으로 이 4가지 영역에서 성장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제, 신자들에게 헌신하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제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양성의 목적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맘대로 하던 습관을 버리고, 소임의 자리에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로 살아가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2,20-33)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하셨고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하십니다. 여기 "미워하는"이라는 표현은 히브리말에서 비교급이 없어서 "덜 사랑하는"이라는 뜻이랍니다. 자기 목숨을 덜 사랑하라는 것은, 자기 목숨이나 자기 뜻, 자기가 바라는 것 그런 것들보다는, 마땅히 더 사랑할 것을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결국, 나 자신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고 더 섬기고 더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 2독서(히브 5,7-9)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한 것처럼, 사제 성소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도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사랑의 십자가의 길, 섬김의 길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따라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함께 노력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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