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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도 하라고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강론)
   2020/04/10  10:52

주님 만찬 성목요일

 

2020년 4월 9일(목) 저녁 8시, 주교좌 계산 대성당

 

우리의 발을 씻어 주시며, 서로 발을 씻도록 본을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빕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4월 19일까지 연장되었네요. 오늘 주님 만찬 성목요일에 방송미사로 만나 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되자,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해요. 먼저 제자들의 발을 씻고 수건으로 닦아 주셨죠.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실 당신의 몸과 피를 미리 나누어 주셨고요. 성체성사와 함께 사제직 곧 성품성사도 제정하셨죠. 겟세마니에서 근심과 번민에 휩싸였지만,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기도하며 순종하셨죠. 죄 없으신 분이 우리를 위하여 사형 선고를 받으시고, 마침내 십자가에 목숨을 바치셨고요.

 

예수님은 발을 씻어주시며,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하세요. 사실 당신은발을 씻어주실 때도,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눠주실 때도,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바치실 때도, 한결같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하세요. 또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하시고요.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것인데요.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이죠. ‘하느님 순종과 이웃 사랑’이라는 그리스도 신자의 정체성.

 

수난 예식에서 십자가의 사랑을 느끼게 되죠, 만찬 미사에서는 발 씻김과 성체 성사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요.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겪고 있어서, 신자 회중 없이 미사를 거행하네요. 오늘 미사에서는 발 씻김 예식도 수난 감실도 밤샘 성체 조배도 생략하고요. 그래서 오히려 각 가정에서 실천하시면 좋겠습니다. 각자 예수님의 겸손한 사랑을 기억하며, 가족과 이웃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표현하시고요. 여건에 따라 세숫대야를 준비해서, 쑥스럽지만 실제로 발도 씻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수난 감실 성체 조배를 대신해서, 각자의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시고요, 지금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아버지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여쭈어 보시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찾으시고요, 내가 찾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니, 주님의 기도 중에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두 소절과 연결 되네요.

 

하느님께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도, 나누어 주지 않으면, 고여서 썩고 말죠. 사랑을 많이 나누어 주면서도, 하느님께 연결되어 공급받지 못하면, 고갈되어 마르고 말죠. 하느님께 연결되어 사랑을 받고, 나를 거쳐 이웃을 향해 사랑이 흘러가게 해야죠, 그래야 퍼져나가는 사랑이 되고, 받은 것을 나누는 사랑이 되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감사하게도 크신 사랑을 받았으며, 거저 받았으니 거저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발 씻김의 겸손한 사랑으로, 겟세마니의 순명하는 사랑으로, 십자가에 목숨 바친 사랑으로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우리 각자 하느님 뜻에 순명하여 내 이웃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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