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미사 강론) |
2021/11/01 13:36 |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미사
2021년 10월 30일 오후 3시 30분, 교구청 별관 대회합실
찬미예수님, 오늘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의 혼인잔치인 미사에 우리는 초대받았습니다. 사제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하고 말하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단순히 손님으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그리스도께서 신랑으로서,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구원하신 교회를 신부로 맞는 혼인잔치에,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로서, 다시 말해, 신부의 자격으로 참석합니다. 그리고 성체를 모시고 그리스도와 일치합니다.
오늘 루카복음(14,1.7-11)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 지도자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초대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중략)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이어서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선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을 높이지 말고 오히려 낮추어야 하며, 그렇게 할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좀 더 오늘 복음을 깊이 묵상해 본다면, 예수님께서 혼인잔치의 비유를 들려주시면서 덧붙여 주신 이 말씀이, 특히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이끄는 단체장의 임무를 맡으신,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들께 당부하시는 지침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곧, 초대받은 집에서 사람들이 윗자리를 고르며 자기 나름대로 이런저런 계획과 구상을 펼치는 것을 보시고서,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하고 자리를 정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신도사도직단체장들께서는, 단체장의 소명이든 그 어떤 소명이든 그 소임의 자리에 앉을 때, 예수님 비유 말씀대로, 끝자리에 앉는다는 마음으로 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잔치의 끝자리에 앉을 때, 곧 예수님의 뜻에 나를 내어드릴 때의 결과를 복음에서 살펴봅시다. 첫째는 초대한 이가 와서 ‘여보게 더 앞자리로 올라앉게’하고 본인이 생각하지도 못한 다른 소명의 자리를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옮겨 앉은 자리도 자신이 고른 자리가 아니라 잔치 주인이 주시는 자리, 곧 주님께서 맡기신 소명이 됩니다. 둘째는, 본인이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광은 겸손한 본인에게 비롯한 영광일 수 있지만, 어쩌면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하느님의 소명을 따르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마치 하느님의 마주 뵌 모세가 하느님의 뵌 영광으로 얼굴이 빛나듯, 하느님에게 비롯한 영광이라 이해됩니다. 셋째는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높아진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윗자리와는 다릅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신자들에게 높아지는 것은 하느님이 계신 곳을 향하여 더 가까워짐을 의미하며, 십자가를 지고 가시고 또 십자가 높이 올라가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따름이기에,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를 거쳐 부활과 승천과 성령강림과 하느님 나라를 항하여 계속해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잔치 초대, 곧 소명을 받을 때, 두려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어쩌면 예레미야처럼 “아, 주 하느님, 저는 아이라서 말할 줄 모릅니다.”(예레 1,6) 고백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그 두려움까지도 맡겨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구해 주리라.”(예레 1,8) 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주님의 도구로서, 일이 잘 되었다고 생각되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도록 식별하며, 혹시 일이 잘못 되었다 생각이 들 때도, 하느님의 큰 그림 속에서 당신의 섭리에 따라 이렇게 하셨음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혼인 잔치에서, 내가 앉을 자리를 내가 고르지 말고, 당신 뜻으로 맡겨 주신 자리에 잘 응답하도록 합시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