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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과 함께 식별을 (본당 총회장 연수 미사 강론)
   2021/11/23  17:19

본당 총회장 연수 미사

 

2021년 11월 20일 교육원 다동 대강당

 

찬미예수님, 본당 총회장 연수에 함께 하신 대리구, 본당 총회장님, 그리고 교구 단체장님들 반갑습니다. 내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하루 앞두고, 오늘 제1독서에는 안티오코스 임금이 등장합니다. 그는 페르시아에 있는 어떤 성읍과 성전을 점령하고 약탈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물러납니다. 어떤 사람이 전한 소식, 곧 ‘유다 땅으로 보낸 그의 강력한 군대가 패배하여, 무기와 병사와 전리품을 빼앗겼으며, 그가 예루살렘 제단 위에 세운 역겨운 것은 부서졌고, 성소와 성읍 둘레에는 높은 성벽을 쌓았더라.’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원하던 대로 일이 되지 않자 실망했고, 병들어 눕습니다. 결국, 예루살렘까지 공격했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으며, 크게 실망하고 죽어 갑니다.

 

우리에게는 세상 임금과 비교할 수 없는 임금님이 계십니다. 바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님, 그리스도왕이십니다. 예루살렘 입성 때 많은 이들이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 이스라엘의 임금님은 복되시어라.”(요한 12,13) 외치며 맞아들인 예수님이십니다. “딸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오신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요한 12,15) 기록된 그대로였습니다. 임금이며 스승이신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며 모범을 보여주시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고 사랑의 계명을 주셨습니다. 당신 뜻보다는 아버지 뜻을 실천하고자 하셨으며, 또한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로만 하지 않으시고 실제로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사랑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며, 그리스도 예수님의 3가지 직분 곧 사제직, 왕직, 예언직에 참여합니다. 그중에 왕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작고 어려운 이들을 섬기고 사랑하면서, 그들을 당신과 동일시하신 예수님을 섬기고 사랑합니다.

 

네, 그리스도인 삶, 그리스도신자 생활을 구체적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덕목 하나를 말씀드리면, 그것은 ‘식별’입니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도, 원로가 전하기를, ‘모든 덕의 최고는 식별이다.’ 합니다.

 

이 식별은, 우리 인생에 있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응답하게 해줍니다. 오늘 독서의 안티오코스 임금은 평생 자기 뜻대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큰 실망으로 죽음에 이릅니다. 그는 대성전 제단 위에도 무언가를 세울 정도로 하느님은 안중에 없었기에, 하느님의 뜻을 찾는 식별도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왕 예수님은 당신의 기적을 체험한 이들이 몰려와 강제로 지도자로 세우려고 할 때에도 오히려 외딴곳으로 물러가셔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식별하고, 아버지 뜻에 따르고 응답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본당과 대리구, 그리고 교구 단체에서 섬김의 왕직을 수행하는 우리들에게 식별은, 나 자신 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고 응답하게 하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러므로 ‘오소서 성령님’으로 시작하는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가톨릭 기도서)를 바치며 성령을 청하여 모시고, 성령과 함께 식별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직무를 수행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식별하였는데도, 꼭 ‘일을 망친 것 같고 내가 잘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때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명령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시몬아,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 예수님은 나중에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셨습니다. 총회장님, 단체장님, 하느님을 신뢰하며 성령과 함께 식별하시고, 함께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