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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의 심장인 신학교 못자리 (대신학원 홈커밍데이 미사 강론)
   2022/06/02  16:18

대신학원 홈커밍데이 미사

 

2022년 6월 1일, 대구 대신학원 대성당

 

찬미예수님, 성 유스티노 순교자 대신학원 수호자 대축일을 맞이하여, 올해 은경축을 맞이하신 88학년도 입학 신부님들과 신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군 입대까지 한 학기를 같이 생활했는데요, 기억을 더듬어 추억을 나누고 싶습니다.

 

입학 때 대신학교는 삼정골에 위치했습니다. 성바오로 성당 옆 바오로관이 당시엔 교수신부님과 고학년이 사는 교수동이었고, 본관2층의 학장신부님 방 복도에 연결통로가 있었습니다. 신입생은 본관 5층에 거주했는데요, 교실만한 방에 가벽을 2개 설치해서 한 구역 6침대씩 18침대가 들어간 침실이 3개 나란히 있었습니다. 공동침실의 여러 기억이 납니다. 아침 종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깬 학생이 ‘베네디카무스 도미노’하면 모두 ‘데오 그라씨아스’라고 응답하고 잠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라틴어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한 학생이 침대에서 라틴어 변화를 잠꼬대하면 옆 침대 학생이 이어서 변화를 외웠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저는 예비역이라 체육을 듣지는 않았습니다만, 보니까 앞산 수영장을 가는 날에는 수영복 챙겨서 구보로 다녀왔습니다. 나중에 학교에서 5킬로 마라톤 대회를 열었는데, 여러 번 달려본 학생들은 쉽게 결승에 왔고, 저는 겁도 없이 막 달리다가 퍼져서 봉고차를 타고 귀원했습니다. 역시 체력은 갑자기가 아니고 꾸준히 길러야 합니다.

 

이반 디아스 교황대사님이 방문하셔서 vacatio(방학)를 주셨습니다. 또 현역 병영집체훈련을 1주일간 당시 성서의 향토사단에 들어갔을 때, 수업이 없게 된 예비역과 수녀님들이 모여 위문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4인 식탁에서 밥통, 국통, 주전자 이렇게 자기 앞에 있던 장비들을 활용하여 식탁 형제들에게 봉사하였고, 고추장그릇 뚜껑을 뒤집어서 고추장을 살짝 찍어 돌려서, 그릇 반납하러 갈 당번을 뽑았던 기억이 납니다. 식탁에는 밥통, 국통 자국이 있었습니다.

 

선목 운동장에는 유달리 돌멩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체육대회 전 전교생이 일렬로 서서 돌멩이를 치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출증을 학교 수위실에 제시하고 병원진료, 군대신검을 받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오후 체육활동이 끝나면 버스 종점의 마트까지는 외출증 없이 학급 간식을 구입했고, 면회 때엔 버스 종점까지 배웅도 했습니다. 그래서 남산동에 와서도 운동장 돌 줍기, 학교 앞 슈퍼까지는 학교 땅으로 여기기를 계속했던 기억이 납니다.

 

Precaes Latinae라는 라틴어 기도서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라틴어 날이라서 미사와 식사전후기도, Angelus Domini, Sub tuum praesidium, Salve Regia 등을 라틴어로 했습니다. 그리고 방학 전 9일 기도 때 ‘o jesu’ 노래를 저녁마다 불렀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과자를 9개 사놓은 신학생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네, 신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사제 생활에 필요한 것은 모두 신학교에서 배운 것 같습니다. Vox Campanae Vox Dei(종소리는 하느님 목소리)라는 격언은 ‘어떤 시간에 어디에 있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학장강화 때 정하권 몬시뇰의 ‘실천적 판단력’이란 말씀은 언제나 하느님 뜻과 백성의 원의를 잘 식별하고 판단하여 사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신학교의 일과표는, 각자 삶에서 기도 영성생활과, 사목활동과 건강 체육활동의 균형을 이루게 해주었습니다. 동기 신학생과 좋은 관계는 그때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사제 생활에 큰 힘이 됩니다. 올해 은경축을 맞이하신 사랑하는 입학 동기 신부님들, 또 곧 신부님 되실 신학생들, 모두 신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멋진 사제되시기를 바랍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 닮은 신부님으로서 신자들로부터 사랑받으시고 또 존경받으시기를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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