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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2022년 위령의 날 미사 강론)
   2022/11/03  15:20

2022년 위령의 날 미사

 

2022년 11월 2일, 성직자 묘지

 

찬미예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코로나 19 감염증의 여파로 2020년, 2021년에는 성직자 묘지에서 위령의 날 미사를 거행하지 못하였는데요. 올해 마침내 위령의 날 미사를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위령성월, 위령의 날에서 위령은 ‘세상을 떠난 영혼을 위로하는 신심’을 말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전대사를 받아 전달하려는 지향으로 이렇게 미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성직자 묘지를 방문하실 때마다, 입구 기둥에 적혀있는 라틴어 구절 보셨죠? 왼쪽에는 <호디에 미히>, 오른쪽에는 <크라스 티비>라고 적혀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대비를 이루고 있어서 번역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로 하면 적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장의 주어가 적혀있지 않는데요, 이곳이 묘지이기에, 주어를 <죽음>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이 문장은 <죽음이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찾아온다.)>라고 이해될 것입니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해석하면, 세상을 떠나 이곳 성직자 묘지에 묻혀계신 분들이 방문객에게 전하는 말씀으로, 곧 죽음이 내일이라도 닥칠 것이니, 오늘 하루 기쁘고 행복하게, 또 이웃을 사랑하면서 잘 준비하라는 당부로 들립니다.

 

그런데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말 들어 보셨지요? ‘모든 성인의 통공’은 천상의 승전교회와 지상의 전투교회와 연옥의 단련교회에 속해 있는 신자들의 공로가 서로 교류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연옥영혼들은 정화의 단계에 있고, 수동적인 상태에 있기에, 지상에 있는 우리들이 기도와 자선활동과 미사봉헌을 통하여 연옥영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구절을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관점에서, 주어를 <공로를 나누는 행위>로 해봅시다. 그러면 문장은 <공로를 나누는 행위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있다.>, 곧, <오늘은 내가 연옥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할 터이니, 내일 내가 연옥에 갈 때는, 나의 공로로 연옥에서 천상으로 올림을 받은 그대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늘 성직자 묘지에 모인 우리는 더욱 열렬한 마음으로 연옥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연옥영혼을 기리며 자선활동을 하고, 또 연옥영혼들을 대신하여 전대사를 받아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들이 전달한 공로로 천상행복에 들어간 영혼들은, 우리들이 천상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많은 공로를 필요로 할 때, 틀림없이 우리들을 위하여 공로를 나누어 줄 것입니다.

 

혹시 기도 가운데 <식사 전 후 기도> 잘 바치십니까? 우리가 가톨릭 신자들임을 드러내는 신앙의 증거자가 되기 위하여 <식사 전 기도>를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를 바치면 좋은데요. <식사 후 기도>도, 우리의 기도에 힘입어 연옥영혼이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지향으로 특히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라고 하는 마지막 구절까지 잘 바치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과 은총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연옥영혼들에게 아낌없이 기도와 자선행위와 전대사의 공로를 나누어 주면 좋겠습니다. 여유롭게 나누어 주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더욱 놀랍게 갚아주시고 천상행복을 주실 것임을 믿고, 위령성월에 할 수 있는 이웃사랑을 실천하도록 합시다. 마태오 복음의 탈렌트의 비유에서 예수님께서는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하고 말씀하셨는데요. 우리도 예수님으로부터 이 칭찬의 말씀을 듣도록 연옥영혼에 대한 이웃사랑을 곧바로 실천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