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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가 표징이다. (옥산성당 주님성탄대축일 밤미사 강론)
   2022/12/27  10:3

주님성탄대축일 밤미사

 

2022년 12월 24일, 옥산성당

 

사랑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올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이 시점에 인사드립니다. “올해 2022년 한 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랑과 순명의 응답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인류를 구원하시려 성자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하느님은 먼저 말씀을 준비시키시고, 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마리아에게 알리셨고,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마리아는 천사를 처음 만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반대했습니다. 또 요셉은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을 알았을 때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마리아도 요셉도 하느님의 뜻 보다는 일단 자기 기준에 따라 행동할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임신 소식과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때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순명하였으며, 요셉은 꿈에 천사가 말한 것 곧 ‘그 아기 예수가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뜻과 결심이 있었음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거기에 순명하고 응답한 마리아와 요셉의 역할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베들레헴의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상상해 봅니다. 구유에 아기 예수님이 계시고, 마리아와 요셉이 곁에 계시고, 주변에 여러 동물들이 함께 하고, 동방박사들이 방문하고, 목동들이 방문하며, 하늘에서 성부와 성령 하느님이 아기 예수님과 서로 바라보며 친교를 이루시고, 천상 군대가 하느님께 영광을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평화를 노래합니다.

 

지금 대구대교구는 ‘친교로 하나 되어’를 주제로 ‘친교의 해’를 2년간 살아갑니다. 하느님과 함께 친교, 이웃과 함께 친교, 피조물과 함께 친교로 하나 되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을 떠올리니 하느님과 이웃과 피조물이 함께 친교를 이루기 위해, 내 마음에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모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우리는 하느님과 친교를 살기 위해, 마리아와 요셉처럼, 순명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하느님과 똑 같은 분이셨지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명하셨던 아기 예수님을 우리 마음의 구유에 모시고 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성부 하느님께 사랑과 순명의 응답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웃과 친교를 이루기 위해, 집나간 방탕한 아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마을 입구 언덕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닮도록, 성부께 순명하여 강생하신 당신 성자 아기 예수님을 우리 마음의 구유에 모시고서, 내가 부족한 일에 대해서는 빨리 이웃에게 용서청하고 화해를 청하며, 만일 이웃이 나에게 용서청하고 화해청하면 쉽게 용서하고 화해를 받아들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기도에서도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기도하고 계시지요?

 

네 신경에서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나이다.” 고백하는 것처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의 구유에 모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의 길을 걸어가실 때에, 우리도 우리 마음 속 구유를 십자가로 바꾸어 메고 예수님을 뒤따라 십자가의 길을 가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길을 가시려고 탄생하셨으니, 우리도 나의 십자가를 지고, 이웃을 용서하며, 부활을 향한 나의 십자가의 길을, 예수님을 뒤따라갑시다. 인간을 구하시려 강생하시어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