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 주신 사랑과 그분 향한 믿음 (제32회 성 이윤일 요한제 미사 강론) |
2023/01/31 16:19 |
제32회 성 이윤일 요한제 미사
2023년 1월 19일 오후 3시, 관덕정 순교기념관 경당
찬미예수님, 대구대교구의 제2주보이신 성 이윤일 요한을 기리며 올해 제32회 성 이윤일 요한제를 지내고 있으며, 오늘은 성 이윤일 요한 순교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번 32회 윤일제는 <하느님을 만난 성경 속 인물들>을 주제로 하여, 9일 기도동안 강수원 신부님의 강의를 통하여, 아담, 아브라함, 야곱, 모세, 다윗, 이사야, 예레미아, 욥, 사도요한이 하느님을 만나서 변화되는 모습을 살펴보셨습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우리 각자에게도 일어났습니다. 먼저 피조물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우리가 창조주 하느님을 제대로 만났습니다. 창조주-피조물의 자연적 관계에서 벗어나도록, 우리는 세례를 받았고, 아버지-자녀의 초자연적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례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제사의 구원효과를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전달하여 주었기 때문에, 세례 받은 신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을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며, 성령의 궁전이 되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게 됩니다. 세례 받기 전에는 어쩌면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을 것이지만, 이제 세례 받고나서는 주님의 뜻에 따라 오늘 바로 여기에서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을 실천하며 살게 됩니다.
성 이윤일 요한 성인은 고향이었던 홍주를 떠나 상주 갈골에 살다가 그곳에서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성인의 처가 집 식구들이 많이 살던 문경 여우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여우목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성인은 온후한 성품과 독실한 신앙으로 공소회장이 되셔서 신자들을 이끌고 외교인들을 권면 입교시켰습니다. 이 여우목에 1866년 11월 18일 문경 포졸들이 들이닥쳐서 “이 마을의 대표자가 누구며, 천주교를 믿는 자가 누구냐?” 물었습니다. 이때 성인이 선뜻 나서며 “바로 나요.”하며 점잖게 말하였습니다. 성인은 천주교 신자이며, 하느님의 자녀로 자신과 하느님의 관계를 이렇게 밝혀 말하였고, 성인은 체포되었습니다.
성인의 “바로 나요.”라는 대답에 여러 장면이 겹쳐 보였습니다. 먼저 성금요일 수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군대와 성전 경비병들 앞으로 나서시며 ‘누구를 찾느냐?’ 하시고,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하자, ‘나다.’하신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둘째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감옥에서 ‘당신은 천주교인이오?’하고 취조를 받고,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답했던 신앙고백으로도 들렸습니다. 끝으로 이윤일 성인의 ‘바로 나요’는 사제 부제 서품식에서 후보자를 부를 때 하는 대답 ‘네 여기 있습니다.’와 같이,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자신을 내어드린 응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윤일 성인이 ‘바로 나요’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외아들마저 인류를 위하여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도록 허락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성인에게 베푸신 사랑의 관계와, 사랑이 가득하신 하느님께 대해 성인이 맺은 굳건한 믿음의 관계였습니다. 오늘 성 이윤일 요한 성인 순교기념미사에 함께하는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와 관계 속에서 사랑을 깊이 느끼고, 예수님과 관계 속에서 그분의 명령에 따르는 제자된 신분으로, 날마다 일상에서 주어지는 나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날마다의 자신의 십자가 앞에서 각자 이윤일 성인처럼 ‘바로 나요.’ 혹은 김대건 신부님처럼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요’ 혹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하여 ‘네 여기 있습니다.’하고 응답합시다. 나의 십자가를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사랑의 표징으로, 내가 하느님께 드리는 믿음의 표징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해 목숨 바치신 예수님, 사랑합니다.’하고 응답하며 부활을 향한 십자가의 길을 나의 십자가를 지고 뒤따라 가도록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