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원죄 없이 잉태된 이 (2023년 가톨릭신학원 종강미사 강론) |
2023/12/12 15:34 |
2023 가톨릭신학원 종강미사
2023년 12월 8일, 유스티노 성당
찬미예수님,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2023년 가톨릭신학원 종강미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신앙의 진리를 탐구하신 수강생들의 노력을 치하하며, 종강을 축하드립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곧 성모님께서 잉태되신 순간부터 원죄의 물듦에서 보호를 받으셨다는 믿음은 초대 교회 때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관한 신앙 결정은 1854년 비오 9세 교황이 칙서 ‘Ineffabilis Deus’(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로 선포하였습니다. 곧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공로를 미리 입으시어,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게 보호되셨다.”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동정 마리아 역시,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기 때문에, 인류의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마리아는 ‘선취에 의한 구원’ 곧 그리스도의 구원을 앞당겨 받았기에, 원죄에서 미리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 루카(1,26-38)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수태 사실을 전하기에 앞서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라고 인사하였는데요. 여기에서 교회는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 교의의 근거를 찾습니다. 곧 예수가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희생제사의 효과를 획득하기 이전에, 그리고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기 이전에, 이미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이’로 불렸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 1독서 창세기(3,9-15.20)에는 아담의 타락 이후에 하느님이 원조들에게 죄를 짓게 한 사탄에게 저주를 내리며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말씀하셨는데요. 여기에서도 교회는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 교의의 근거를 봅니다. 곧 여자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가 사탄의 왕국을 무너뜨릴 것을 예언한 것이기에, 사탄을 물리치는 예수님의 구원 사업의 협력자인 마리아가 잠시라도 원죄에 영향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하느님은 당신 섭리로써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를 안배하셨다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을 설명하면서, 영민한 교회 박사라 불리는 복자 둔스 스코투스는, “성모님이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고 하는 사실은 성모님이 예수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구원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1854년의 선포된 이 교의는 루르드의 성모 발현으로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성모님은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모두 18차례 발현하였는데, 마지막 발현 때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원죄 없이 잉태된>(Immaculada Councepciou)이라는 가톨릭 교리 신학 표현은 시골 소녀인 베르나데트가 알기 어려운 것이어서 루르드 성모님 발현의 진실성 증명에 한몫을 했던 것입니다.
오늘 2독서 에페소서는 ‘하느님께서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셔서 거룩하고 흠 없이 해주시고,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자녀로 삼으시기로 정하셨다’고 밝힙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우리를 구하시려고 외아드님이 순명으로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바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순명으로,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속에서 우리는 구원을 받았으니,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잘 돌려드리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