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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금님이 베푸시는 잔치 (칠곡지역 본당설정 60주년 기념 신앙대회 미사 강론)
   2017/10/17  13:9

칠곡지역 본당설정 60주년 기념 신앙대회

 

2017. 10. 15. 50사단 연병장

 

먼저 ‘칠곡지역 본당설정 60주년 기념 신앙대회’ 개최를 축하드리며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 이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묵주기도 100만 단을 봉헌하고, 신설본당인 사수본당 성전건립기금 전달식과 50사단 발전기금 전달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연중 제28주일이지만 군인주일이기도 합니다. 군인주일을 맞이해서 전후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고를 하시는 군인들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해 주시고 더불어 우리나라와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것은 칠곡지역에 본당이 설정된 지 60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칠곡지역이라고 하면 칠곡군 전체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예전에는 지금의 대구 북구 읍내동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을 ‘칠곡’이라고 하였습니다. 
1932년에 칠곡공소가 설립되었었는데 그 공소가 터전이 되어서 60년 전에 읍내동에 칠곡본당이 설립되었습니다. 그 후 동명본당, 태전본당, 구암본당, 국우본당, 동천본당, 매천본당 등이 설립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칠곡공소나 칠곡본당이 설립되기 훨씬 전부터 이 지역에는 신앙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티순교성지입니다. 
한티순교성지는 1815년 을해박해와 1827년 정해박해 때 경상도 북부지방에서 대구에 있는 경상감영으로 붙잡혀 왔던 우리 선조들의 가족들과 후손들이 살았던 신앙공동체였습니다. 그리고 1860년 경신박해 때 한티로 피신했다가 순교하시고 지금은 신나무골에 묻혀 계시는 이선이 엘리사벳 순교자와 그 가족들이 처음에 살았던 곳이 바로 이곳 칠곡입니다. 
이렇게 칠곡지역에 본당이 설립된 것은 60년 되었지만 그 신앙의 역사와 뿌리는 깊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의 그 굳은 신앙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모우고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이 칠곡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지난 세월 동안 헌신하셨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야 25,6)
조금 전에 들었던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입니다. 이렇게 오늘 독서와 복음 내용이 모두 잔치 이야기입니다. 마침 우리도 오늘 50사단 운동장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과 함께 하시고 이 잔치를 축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22,1-14)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야기에 의하면, 어떤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벌이고 초청 받은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황소도 잡고 맛있는 음식 준비도 다 했으니 어서 오시오.”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초청 받은 사람들이 잔치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뭘 한다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5-6)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 잔치가 어떤 잔치입니까? 임금님의 아들의 혼인잔치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밭으로 일하러 가고 장사하러 가고 제 할 일을 하느라 임금님의 초대를 거절하였던 것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임금은 잔치를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하느님께서는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구원의 손길을 거두지 않으시고 예언자들을 보내셨던 것과 같습니다. 임금은 하인들에게 거리에 나가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초대하라고 이릅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잔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임금님 아들의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고 참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러 들어갔더니 손님들 가운데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왜 예복도 입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무 대답을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손발이 묶여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여기서 예복이란 것은 우리 몸에 걸치는 옷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나타낸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국에서도 지옥에서도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푸짐한 음식이 똑같이 준비되었는데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일 미터가 넘는 긴 젓가락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천국의 사람들은 배부르게 먹었는데 지옥의 사람들을 하나도 먹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옥의 사람들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욕심에 일 미터가 넘는 젓가락으로 자기만 먼저 먹으려고 하니 먹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의 사람들은 긴 젓가락으로 자기의 입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에 먼저 넣어주었기 때문에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이웃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예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임금님이 베푸시는 잔치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체성사이며 미사성제입니다. 주일미사는 한 주일동안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열심히 살려고 했던 신자들을 위한 잔치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바쳐 만든 잔치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매 주일의 잔치에 훌륭한 예복을 입고 참여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매 주일 우리들을 당신의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매일 성실한 삶으로 준비를 잘 하고 있다가 좋은 예복을 입고 하느님의 잔치에 참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잔치를 모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을 일깨워서 그들도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이 잔치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하느님과 형제들 안에서 기쁘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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