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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이상을 세상에 실현하는 이들 (경주 포콜라레 마리아폴리 미사 강론)
   2016/08/01  10:3

포콜라레 마리아폴리 미사(경주)


2016. 07. 24. 연중 제17주일

 

어제는 팔공산 중턱에 있는 한티순교성지에서 ‘제2회 한티마을축제’가 있었습니다. 현재 한티성지에 초가집이 몇 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옛날 마을을 생각해서 형식으로 지어놓은 것이고, 실재 살고 있는 주민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200여명이 모여 마을축제를 가졌습니다. 보물찾기를 하고 미사를 드리고 식사를 나누고 그리고 장기자랑까지 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냐 하면 매달 한 번이나 매주 한 번씩 성지에 와서 봉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한티성지가 좋아서 스스로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내일까지 마리아폴리가 이곳 경주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난 영남지방의 마리아폴리가 경주에서 열린 것으로 아는데 해마다 이 무더운 날에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과연 마리아폴리(Mariapoli)가 무엇인가? 여러분들은 마리아폴리가 무엇인지를 아시고 이곳에 오셨을 것입니다. 마리아폴리(Mariapoli)는 마리아를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같은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그 이상을 나누고, 그 이상으로 살았던 경험담을 나누고,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그 이상이 무엇입니까? 자신의 일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 이상이 무엇입니까?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이상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라는 이상 때문에 어떤 사람은 성직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수도자가 되며 어떤 사람은 포콜라레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없이는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오늘 성경말씀은 하느님을 용서하시는 하느님, 자비로우신 하느님, 그리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하느님이 우리들 가까이 나타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온 생애를 바쳐서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분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는 첫째가 예수님이고 둘째가 기도이며 셋째가 증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님’이라 하셨습니다. 예수 없는 그리스도인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을 나의 주님으로 믿고 사랑하고, 기도와 묵상으로써 그분과의 관계를 깊이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에, 우리 중심에 늘 모시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11,1-13)은 기도에 대한 말씀입니다. 교황님은 그리스도인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기도’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우리를 하느님과 올바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숨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기도하지 않고서 신앙생활을 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기도가 되게 해야 합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 자신의 가슴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루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 동안 틈틈이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분이 함께 계심을 의식하면서 산다면 생활 전체가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고 자리에 눕기 전에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바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이 기도이기도 하지만 한 번씩 시간을 내어서 깊이 기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주님과 보다 깊은 관계를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자주 조용한 외딴 곳에 가시어 성부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 중 한 사람이 기도를 가르쳐달라고 하여 가르쳐주신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루카 11,2-4)
이 ‘주님의 기도’를 보면 딱 두 문장입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보면 우리가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청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가지 비유를 들어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면서 이런 말씀으로 마무리를 짓고 계십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13)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십니다. 바로 성령이십니다. 그 성령께서 우리들과 함께 하시고 우리들의 마음을 열게 하십니다. 그리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게 하시고 하느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며 하느님의 일을 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번에 여러분들을 마리아폴리로 인도하신 분도 바로 성령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가장 좋은 것, 곧 성령을 늘 청해야 할 것입니다. 
 
포콜라레 운동은 하느님이라는 이상을 이 세상에 실현하고자 하는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이라는 이상을 이 세상에 완벽하게 실현하셨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래서 끼아라 루빅은 ‘또 하나의 예수가 되자’고 제안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세례와 믿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예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적이고 법적인 변화이지 뼛속 깊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실천적으로 또 하나의 예수님처럼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끼아라가 이야기했던 ‘또 하나의 예수가 되자’는 것은 그분의 삶을 그대로 살자는 것입니다. 그 삶이란 서로 사랑하는 삶입니다. 이것이 끼아라가 말한 새로운 양식의 삶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중에 마지막 것이 ‘증거’입니다. 증거는 다름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삶입니다. 서로 용서하는 삶입니다. 자비가 필요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삶입니다.  
옛날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서 하느님을 증거하였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우리 삶을 통하여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과 삶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증거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증거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그런 삶을 살도록 하느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