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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려움을 넘어 더 깊은 곳으로! (신학교 입학미사 겸 대구관구 대신학원장 취임미사 강론)
   2019/03/04  10:51

신학교 입학미사 겸 대구관구 대신학원장 취임미사

 

2019. 03. 01.(금) 11:00 대신학원 성당

 

오늘 대구관구 대신학교에 입학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하며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올해는 특별히 부산교구에서도 신학생들이 입학하였고, 대학원 1학년에 다섯 명의 부산교구 편입생들이 있었는데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지난 1월 25일부로 대신학원장에 임명되신 곽종식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오늘 이 미사로써 공식적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신부님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우리 대신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들은 아주 유서 깊고 좋은 신학교에 입학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1914년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올해로 10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11년에 대구대목구가 설정되고 3년 만에 설립된 신학교입니다. 대구교구 6대 교구장이신 최덕홍 주교님과 7대 교구장이신 서정길 대주교님, 그리고 초대 부산교구장이셨던 최재선 주교님이 우리 신학교 출신입니다. 그리고 올해 선종 10주년을 맞이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은 1933년에 우리 학교 소신학교 과정에 입학하셔서 공부하시다가 몇 년 후 소신학교 과정이 서울로 통합하는 바람에 동성중고등학교로 가셨던 것입니다. 
하여튼 여러분들은 오늘로서 사제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신학교는 단순히 신학이나 철학이라는 학문만을 배우는 학교가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제가 되기 위한 학교입니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앞으로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5,1-11)은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겐네사렛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시몬 베드로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을 가르치시다가 시몬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시몬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밤새도록 그물을 던져 보았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래도 스승님의 말씀이니 다시 그물을 던져 보겠습니다.’라는 말입니다. 시몬 베드로는 직업이 어부로서 누구보다도 겐네사렛 호수와 고기 잡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나의 얄팍한 지식이나 경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으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였더니 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잡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주님 앞에 덜컹 엎드리고 맙니다. 자기 앞에 너무나 크신 분이 계심을 알고는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도 시몬 베드로처럼 다 죄인들입니다. 이런 우리를 주님께서는 부르셨고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그런 예수님을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말과 모범으로 여러분들에게 가르쳐 주시는 분들이 교수 신부님들이고 영적지도 신부님들입니다. 이분들의 말씀을 잘 따르고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마침 곽종식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대구관구 대신학원장으로 공식적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곽신부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신학교에 대해서 잘 아실 뿐만 아니라, 열과 성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신부님과 늘 함께 하시고 힘이 되어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 신학교 입학미사는 언제부터인지 늘 3월 1일에 해왔습니다. 이미 재학생들은 며칠 전에 학교에 들어와서 개학 피정을 하였고 어제는 직수여식이 있었습니다만, 3월초가 개학하기 좋은 시점이고 3.1절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부모님들과 친지들로 하여금 쉽게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몇 말씀 드릴까 합니다.  
역사적으로 3.1운동은 1919년 2월~5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그리고 해외에서까지 일어난 일련의 독립만세운동입니다. 그런데 ‘3.1운동’이라 함은 1919년 3월 1일에 서울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대대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대구에서는 3월 8일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문시장에서 독립만세운동이 크게 시작되어 시내로 번져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성유스티노 신학교 학생들이 3월 5일에 독립만세시위를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3월 5일에 우리 신학교에서 ‘3.1운동과 대구대교구’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날 그에 앞서 성유스티노 성당에서 ‘대구 최초의 만세운동 현장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작은 음악회를 가진다고 합니다. 
그동안 천주교가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주교회의 의장이신 김희중 대주교님께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담화’를 발표하시고 그 당시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하고 반성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대구 경북에서는 최초로 성유스티노 신학생들이 3월 5일에 독립만세시위를 하였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 후 드망즈 주교님께서 독립운동을 금지하셨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신자들이 적극 나서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자이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든 사람들도 분명히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올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는 3월 23일(토) 오전 11시에 계산성당에서 대구시 변호사회와 우리 대학의 안중근연구소 주최로 추모미사와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는데 딸 안현생 씨가 1953년부터 56년까지 우리 대학의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안중근 연구소를 설립하였던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큰아들 ‘분도’를 사제로 만들고 싶어 하였습니다.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은 날, 안의사는 고향에 계신 어머님과 부인에게 각각 한 통씩 편지를 씁니다. 어머님께 쓴 편지 일부입니다. 
“어머님 전상서. 예수를 찬미합니다. 불초한 자식은 감히 한 말씀 어머님 전에 올리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 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중략)분도는 장차 신부가 되게 하여 주시기를 희망하오며 후일에도 잊지 마옵시고 천주께 바치도록 키워주십시오. 그 밖에 드릴 말씀은 허다하오나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온 뒤 누누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 아래 집안 여러분께 문안도 드리지 못하오니 반드시 천주님을 전심으로 신앙하시어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옵겠다고 전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아들 도마 올림.” 
참으로 구구절절이 깊은 효성과 깊은 신앙심이 묻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안중근의사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 가족들은 연해주에 가서 살았는데 안타깝게도 장남 분도는 거기서 12살 때 질병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장남 분도를 사제로 만들겠다는 안의사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해방 후 오늘날까지 이 땅에 수많은 사제성소가 있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안의사의 뜻이 이루어졌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독서로 읽은 사무엘전서 3,1-10은 하느님께서 어린 사무엘을 부르시는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무엘전서는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엘리카라는 사람의 부인 한나는 아이를 갖지 못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온갖 섧음만 당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성전에서 하느님께 울면서 당신 여종에게 아들 하나만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여 어렵게 얻은 아들이 사무엘이라는 예언자입니다. 한나는 그 아들을 아낌없이 하느님께 다시 바칩니다. 하느님께 기도하여 얻은 자식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엘리’라는 사제 밑에서 자라게 하여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시기와 초기 왕정시대의 위대한 예언자가 되게 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귀한 아들을 하느님께 바치신 여러 부모님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