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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부르심에 용기있게 응답합시다! (성소 주일 미사 강론)
   2019/05/16  23:33

성소 주일 미사

 

2019. 05. 12 성김대건기념관

 

찬미예수님! 오늘 ‘성소주일’을 맞이하여 이 미사에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런데 ‘성소’가 뭡니까?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의 일꾼이 되라는, 양들을 이끄는 목자가 되라는, 양들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착한 목자가 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인 것입니다.
그 부르심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혹은 어렴풋이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그 부르심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기도하듯이 안과 밖으로 조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밖이 시끄럽든, 안이 시끄럽든, 시끄러우면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자세를 늘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가슴으로 느낀다면 거기에 용기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소년 사무엘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 말씀하소서. 당신 종이 듣고 있나이다.”(1사무 3,10)
 
저는 그저께 1박2일로 경남 고성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 사제성소의 길을 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큰 계기가 되었던 분이 마산교구 고성본당 출신이신 이태식 사베리오 부제님입니다. 저는 이분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습니다. 
이 부제님은 서울 대신학교를 다니면서 1968년 12월에 부제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해 1969년 8월 10일에 마산 앞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사제서품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떠난 친구를 그리기 위해 동기 부제님들이 이 부제님의 유고집을 만들었습니다. 그 책 이름이 ‘태시기가’라는 책입니다. 저는 그 책을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무렵에 가톨릭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사서 읽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야! 정말로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네!’라고 말입니다. 그 후로 나도 이렇게 살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이었던 것입니다. 
작년 가을에 70대 후반의 어느 노부부(이상갑 토마스, 최행남 베로니카)께서 찾아왔습니다. 이태식 부제님의 초등학교 친구이고 바로 옆집에 살던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분 이상갑 토마스 씨는 친구 이태식 부제님 때문에 하느님을 믿게 되었다고 하셨고 이 부제님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기 위해 다니던 KBS 해설위원을 마지막으로 퇴임을 하고 귀향하여 ‘위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 이름이 ‘가싯골,’ 혹은 갈대가 많은 계곡이라고 하여 ‘葦溪마을’이라고 합니다. 이상갑 씨는 12여 년 전에 제가 대구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받았을 때 사제성소의 동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태식 부제님 이야기를 하였었는데 그 때 가톨릭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언젠가 한 번 찾아뵙겠다고 생각하다가 이제사 찾아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더러 이 부제님의 고향마을을 한 번 방문해달라는 청을 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는 그저께 오후에 그 마을을 방문하여 신자들과 미사를 드리고 저녁을 같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에도 동네사람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는 이상갑 토마스 씨와 이태식 부제님의 동생 되시는 이경식 토마 씨와 함께 마산교구 묘원에 갔습니다. 마산교구가 묘원을 조성하고 처음으로 묻힌 성직자가 바로 이태식 부제님이었습니다. 이 부제님의 묘소에 헌화를 하고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 부제님이 하늘나라에 가신 지 50년 만에 찾아뵙게 되었던 것입니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시인 프로스트의 어느 시 제목처럼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사람들이 많이 가지는 않지만 보람이 있고 가치가 있는 길을 가면 좋을 것입니다. 이 성소의 길이 그런 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번 제56차 성소주일을 맞이하여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타성에 젖은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지 않고 삶의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선택들 앞에서 반응하기를 바라십니다. 모든 성소는 그분께서 우리 행복과 우리 이웃의 선익을 위해 마련하신 길로 나서라는 부르심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교황님께서는 이를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다는 것은 “자신을 모두 내맡기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주님을 위해 자기 삶을 바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은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닫지 말고 두려움에 굴복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물과 배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이에게 새 생명의 기쁨을 약속해 주신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요한 10,27-28) 
우리는 예수님 앞에 한 마리의 양으로서 그분을 목소리를 알아듣고 거기에 응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분처럼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말씀하소서. 당신 종이 듣고 있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