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쌀 한 톨의 기적 (한국SOS어린이마을 사무실 및 교육관 축복미사 강론) |
2019/06/24 17:26 |
한국SOS어린이마을 사무실 및 교육관 축복미사
2019. 06. 23. 성체성혈대축일
오늘 새로 갖추게 된 한국SOS어린이마을 사무실 및 교육관을 축복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하느님의 은총이 온 마을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6년 전에 한국SOS어린이마을 설립 50주년 감사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 국제본부 2대 총재를 하셨던 헬무트 쿠틴 명예총재께서 한국에 오셔서 미사에 참석하셨습니다. 올해가 특별히 국제본부가 설립된 지 7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OS어린이마을 설립자이신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이 뜻깊은 해에 한국SOS어린이마을 사무실 및 교육관을 새로 마련하여 축복식을 갖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이 건물을 짓는 데 있어서 수고하신 이종건 신부님과 건축 관계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마을에서 수고하신 어머니 분들과 직원 여러분들, 그리고 가족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SOS어린이마을은 어린이들을 위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해 가장 수고가 많으신 분들이 어머니 분들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든 직원 분들은 이 마을의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행복하게 살고 미래에 밝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특별히 최초의 SOS어린이마을 설립자이신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헤르만 그마이너 씨는 1919년 6월 23일에 오스트리아 알버슈벤데에서 태어났습니다. 바로 100년 전 오늘이네요. 헤르만 그마이너 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없이 자란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해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공동체를 구상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의 이 SOS어린이마을인 것입니다. 그래서 헤르만 그마이너 씨는 1949년에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임스트라는 곳에 첫 번째 SOS어린이마을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분은 성별이나 인종, 종교, 나라를 넘어서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고 확신하고 특히 부모를 잃은 어린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펼쳐던 것입니다. 헤르만 그마이너 씨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바로 우리들의 어린이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SOS어린이마을은 프랑스와 독일과 이탈리아 등지로 확산되었습니다.
1963년에 대구에 세워진 SOS어린이마을은 비유럽국가에 세워진 최초의 SOS어린이마을입니다.
우리 교구 제7대 교구장이신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께서 1958년 8월부터 유럽순방을 떠나셨는데 1년 이상 머물다가 오셨습니다. 유럽 교회 시찰이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교구의 어려운 재정을 위한 자금 마련과 당신의 병 치료를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으시고 여러 독지가 분들과 단체들과 인사를 나누고 도움을 청하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교구에 많은 사회복지사업과 구라사업, 의료사업, 교육사업 등을 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던 것입니다. 대구에 SOS어린이마을이 세워지게 된 것도 그 연결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대주교님께서 오스트리아에서 머무시는 동안에 Auxilista, 즉 사도직 협조자 하 마리아 씨를 알게 되었고, 영국 사람인 양 수산나 씨는 하 마리아를 통하여 서대주교님을 알게 되어 서대주교님께서 이분들을 대구에 와서 봉사하도록 초대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1959년 12월 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부산항에 도착하였던 것입니다.
두 분은 처음에 대주교님의 명에 따라 당시 구두닦이 소년들과 넝마주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가톨릭근로소년의 집)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양 수산나 씨는 1962년부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여성들을 위해 ‘가톨릭여자기술원’을 운영하였습니다.
대구에 SOS어린이마을이 어떻게 세워지게 되었는가 하면, 이종건 신부님이 저에게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1962년에 하 마리아 씨가 동생의 사제서품식 참석을 위해 오스트리아에 갔다가 오스트리아의 어떤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 기사를 헤르만 그마이너 씨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신문 기사 내용이 ‘한국에도 SOS어린이마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헤르만 총재와 연결이 되어 1963년 2월에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께서 대구에 오셔서 서정길 대주교님을 면담하시고 본국으로 돌아가시면서 구두닦이 소년들이 한 줌씩 모은 쌀 한 말을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이 쌀을 한 알씩 정성스레 포장을 하여 유럽 각지의 은인들과 후원단체에 보내 쌀 한 알에 1달러를 바꾸어 기부해 주시면 한국 땅에 SOS어린이마을을 지을 수 있겠다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구에 드디어 SOS어린이마을이 서게 되었고 1981년에는 순천에, 그리고 1982년도에는 서울에 SOS어린이마을이 설립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하느님의 크신 은혜이고 ‘쌀 한 톨의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날의 한국SOS어린이마을이 있게 해주신 하느님과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하 마리아 여사는 마산교구의 장병화 주교님께서 마산교구에 와서 사도직협조자들을 양성하고 도와주기를 청하여 1968년에 마산교구로 가셨고 그래서 이 프란치스카 여사께서 1968년부터 제2대 원장을 맡아서 오랫동안 잘 수행하였던 것입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 해도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먹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고 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람의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나눔의 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그래서 제자들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았고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통하여 5천명을 먹이는 기적을 이루셨던 것입니다.
56년 전에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께서 대구에 오셔서 구두닦이 소년들이 모은 쌀 한 말을 가지고 가서 그것으로 오늘의 한국SOS어린이마을을 만들었던 것도 나눔의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의 양식으로 내주신 것을 기념하는 오늘 한국SOS어린이마을 사무실과 교육관을 축복하면서 우리들도 어린이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며 우리들의 ‘새로운 기적’들을 매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