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의 기쁨이 가득한 가정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미사 강론) |
2020/12/28 16:14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미사
2020. 12. 27. 가톨릭평화방송TV 녹화
주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그저께가 ‘주님 성탄 대축일’이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며 2020년 마지막 주일입니다.
올해에 다들 힘들었지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로 인하여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가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로인해 세상을 떠났으며, 지금도 그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제 백신이 나왔다고 합니다만, 온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기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불편하더라도 개인방역을 잘 지키며 감수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사순시기와 부활절에 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드리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제한적이나마 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각종 신심모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에 접어들면서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방역의 끈을 당김으로써 통상적인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과 신앙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던 2020년은 이제 곧 지나가고 새해가 밝아올 것입니다. 2021년 새해에는 여러분 모두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과 함께 기쁘고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오늘 ‘성가정 축일’부터 한 주간을 ‘가정성화주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든 가정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가득한 성가정을 이루도록 기도하고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주님의 성탄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사가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셨는데, 마리아와 요셉이 이루고자 하는 한 가정 안에 오셨습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2,22-40은 성모 마리아와 요셉 성인께서 주님의 율법에 따라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아기 예수님을 봉헌하고 난 뒤, 다시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가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 세상에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도 한 가정 안에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가정 안에서 사람이 자라고 성장하는 모든 관계를 예수님도 다 겪으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가정은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 공동체의 기초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공동체입니다. 그런 공동체가 오늘날 위기에 처해있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혼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래서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아예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결혼하고 싶어도 조건이 다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계속 미루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노총각, 노처녀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하여튼 이미 많이 회자된 말이지만 ‘삼포(三抛)세대’, ‘오포(五抛)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포(三抛)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고, 오포(五抛)는 거기에다 인간관계와 주택을 포기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혼술’, ‘혼밥’이라는 말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요즘 주택난이 아주 심합니다. 특히 수도권이 심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는데, 그리고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주택이 모자랄까 궁금하였습니다. 주택난의 가장 큰 원인은 다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주택을 팔지 않아서가 아니라, 1인 가구, 1인 세대가 몇 년 사이에 엄청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가 전체의 30%를 넘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3대가 한 집에 살았었는데, 어느덧 ‘핵가족’이 되더니 이제는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늘어나는 이혼 가정, 1인 세대 문제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학대, 유기, 낙태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 있어서 오늘날 무너지는 가정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회복시키고 복원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개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도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혼인과 가정 문제는 지난 몇 년 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4년 전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후속 교황 권고로 <사랑의 기쁨>을 발표하셨던 것입니다.
“사랑의 기쁨, 가정 안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또한 교회의 기쁨입니다.”(사랑의 기쁨 1항) 라는 말씀으로 시작하는 이 교황 권고는 오늘날 혼인과 가정의 현실을 돌아보며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책과 사목적 전망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결론은 ‘사랑’입니다. 참된 사랑의 실천인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바오로 사도의 콜로새서 말씀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콜로 3,14)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제4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사랑이라는 말은 가장 자주 사용되면서도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지적하시고, 코린토 1서 13장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찬가’를 인용하시며 참된 사랑의 특성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십니다. 그 ‘사랑의 찬가’를 다시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사랑을 하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4-7)